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등을 둘러싼 문무일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이 연일 주목받으며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31일 검찰 안팎에서는 거침없는 발언을 통해 수사권 조정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된 '검찰 패싱' 분위기를 전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9일 문 총장의 기자간담회 발언 이후 청와대와 검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수사권 조정 문제에는 '실효적인 자치경찰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문 총장을 향해 청와대 관계자는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자치경찰제가 완전히 기초단계까지 시행된 이후 그다음에 수사권 조정을 하자는 얘기"라며 "그 얘기대로라면 수사권 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사권 조정 수혜자인 경찰도 조정이 필요하다며 검찰을 압박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날 경찰 지도부 화상회의에서 "수사구조 개혁안은 조직 이기주의나 경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공세를 취했다.
문 총장 발언 이후 청와대와 경찰의 반응 기류를 보면 일단 검찰이 수세에 몰린 분위기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문 총장 발언이 '수사지휘권' 사수를 위해 청와대에 반기를 든 모양새까지 감수했다는 관측과 '할 말은 했다'라는 내부 공감을 통해 조직 안정을 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총장 개인으로서는 수사지휘권, 검사의 영장심사 제도 등을 내려놓을 경우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밀린 검찰 수장이라는 '불명예'도 떠안아야 한다.
즉 검찰 의견을 밝힐 기회조차 얻지 못한 데 따른 단순한 반발이나 불만이 아니라는 취지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문 총장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는 "논의가 얼마나 진전됐든, 검찰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안 좋아질 게 틀림없으니 조직 내부나 후배들을 봐서 적극적으로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 민의를 모아 결정할 일인데 왜 총장과 청와대가 입씨름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래도 검찰이 이제는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경찰 수사가 지닌 문제점을 환기시켜 경찰에 쏠린 수사권 조정 여론을 되돌리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조인들 가운데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넘겨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상당하다"며 "경찰 수사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한 문 총장 발언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