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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살 어린이? 화제의 시 <비밀번호> 작가 만나다"

사회 일반

    "46살 어린이? 화제의 시 <비밀번호> 작가 만나다"

    초등교사 때 직접 쓴 시, 비밀번호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시집 <팝콘 교실>, 시는 독자의 것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세상 만들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현식 (동시 작가)

    요즘 뉴스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숨이 턱턱 막히는 미세먼지 같은 뉴스가 많죠. 그래서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여러분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 드릴 만한 동시 한 편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너무 귀엽죠. (웃음) 이 아이가 읽은 이 동시 제목이 비밀번호예요. 비밀번호를 띠띠띠띠. 이렇게 누르는 사람이 있고 띠— 띠--- 이렇게 천처니 누르는 사람도 있죠. 그 누르는 소리를 듣고는 누가 오는지를 알아챈다, 아이들 눈에는 정말 그렇게 비칠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전국 초등학생 시 경연 대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런 소문과 함께 지금 SNS상에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 시의 작가, 시를 쓴 분을 수소문해 봤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나와 계세요?

    ◆ 문현식>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웃음) 그러니까 이 시를 쓰신 분이세요?

    ◆ 문현식> 네, 이 시를 쓴... 어린이가 아니고요. (웃음) 어른 문현식입니다.

    ◇ 김현정> (웃음)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문현식> 나이는 74년생이고 마흔 여섯입니다.

    ◇ 김현정> 마흔 여섯. 그러면 전국 초등학생 시 경연 대표 최우수상이라는 지금 돌아다니는 이야기도 아닌거네요?

    ◆ 문현식> 네. 제 시를 접한 독자나 학교에서 수업하시는 선생님들이 우연히 인터넷에 올린 게 계기가 돼서 어린이 시로 소개가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저는 이거를 SNS를 본 게 아니라 누가 식사 자리에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런 시가 있는데 정말 기발하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어린이들 눈에는 정말 비밀번호 띠띠 띠띠띠 소리로 구별하겠구나. 진짜 기발하다. 그 아이는 정말 커서 엄청난 시인이 될 거야.이랬거든요. (웃음)

    ◆ 문현식> 댓글도 저도 봤는데요. SNS 댓글 보니까 ‘현식아, 나중에 꼭 시인이 되렴.’ 이런 댓글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웃었습니다.

     

    ◇ 김현정> ‘현식이 눈으로 본 세상은 참 맑구나.’ 이런? (웃음) 그렇군요. 자기 소개를 좀 해 주세요. 뭐 하는 분이세요?

    ◆ 문현식>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이 시를 냈을 때는 근무를 했었고요. 지금은 경기도 광주하남 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시군요. 그러니까 아주 아이들하고 관련이 없는 분은 아니시네요.

    ◆ 문현식> 그렇죠. 지금도 아이들도 만나고 있고요.

    ◇ 김현정> 이 비밀번호라는 이 시는 어떻게 쓰게 되신 거예요? 이런 기발한 생각을 어떻게 하셨어요?

    ◆ 문현식> 이게 저희 외할머니 얘기인데요. 예전에 할머니가 집에 반찬도 가져다주시고 용돈 주러 오시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몸이 불편하셔서 오시지 못하세요. 그 그리움의 정서가 할머니가 스스로 열고 들어오지 못하는 그 대문으로 모아지면서 그리움의 소리를 담은 이 시를 쓰게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할머니들은 비밀번호 번호가 잘 안 보이시니까, 우리 같으면 띠띠띠띠띠 금방 누르는 걸 하나씩 띠- 띠- 이렇게 누르시잖아요.

    ◆ 문현식> 네.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난다.’ 이렇게 댓글 올려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쨌건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되게 감동을 주었다면 기쁘고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서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 김현정> 실망하신 독자들한테도 한마디 해 주세요. 아이인 줄 알았는데 너무 큰 어른이셔서 실망하셨단 문자도 들어오네요. (웃음)

    ◆ 문현식> (웃음) 그래서 저도 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 있는데요. 그런데 어린이 시든 성인 시든 발표된 이후에는 온전히 시는 독자의 것이잖아요.

    ◇ 김현정> 그럼요.

    ◆ 문현식> 실망하지 마시고 아, 어른 작가가 썼구나. 그래서 어른과 어린이의 맞닿은 마음의 지점에서 얻은 감동은 그대로 간직해 주시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현정> 실망했다는 건 농담들이실거예요. (웃음) 저는 오히려 어른이 썼다니까 오히려 더 좋기도 한데요. 어른도 이렇게 순수할 수 있구나.

    ◆ 문현식>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선생님이 쓰신 시 중에 그럼 얘기 나온 김에 비밀번호 말고 다른 시 좀 하나 소개 직접 해 주시겠어요?

    ◆ 문현식> 아침이기도 하고 3월 또 새학년이 시작되었으니까 여기 어울리는 시로 읽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제목이?

    ◆ 문현식> 동그란 아침.

    ◇ 김현정> 동그란 아침. 음악 틀어드릴게요.

     



    ◇ 김현정> 너무 좋네요. 어떻게 이렇게 순수할 수가 있지. 저는 지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형아와 나라는 시네요. 이거 한번 읽어볼까요, 제가?

    ◆ 문현식> 영광입니다.

    ◇ 김현정>

    형아와 나.

    형아는 6학년 졸업생
    나는 1학년 입학생

    형아가 쓰는 일기는 비밀일기
    내가 쓰는 일기는 그림일기

    형아가 먹는 약은 알약
    내가 먹는 약은 물약

    형아가 잘하는 것은 공부
    내가 잘 안 하는 것도 공부

    형아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

    (웃음) 아니, 그런데 마흔여섯 된 분의 머리에서 어떻게 이런 시가 나와요?

    ◆ 문현식> 철이 좀 없기도 하고요, 제가.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오랜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되는 거 같습니다.

    동시 '비밀번호'의 문현식 작가 (사진=본인제공)

     

    ◇ 김현정> 정말 어른들도 동심의 세계로 끌고 가는 그런 힘이 있는 선생님이세요. 정말 좋은 동시들 만들어주고 계시는데 요즘 그런데 초등학생들이 놀이터에 별로 없어요. 첫 번째 공부하느냐고 없고 학원 가야 되니까 없고. 두 번째 미세먼지 때문에 없고. 이 아이들 보면서는 어떤 생각 드세요?

    ◆ 문현식> 아이들의 잘못은 아닌 거 같고요. 우리 현실을 좀 따뜻하게 만들어가야 되는 그런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 가지면서 선생님, 앞으로도 좋은 동시 많이 써주시고요.

    ◆ 문현식> 알겠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동시, 선생님 작품 중에 마지막으로 하나 읽어주시면서 인사 나눌게요.

    ◆ 문현식> 그럼 제 시집 제목인 팝콘 교실이라는 시를 낭독하겠습니다.

    ◆ 문현식> 팝콘 교실

     

    ◇ 김현정> (웃음) 진짜 재미있는 동시네요.

    ◆ 문현식> 어린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 김현정> 진짜 우리 어린이들 이렇게 순수한 마음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고요.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 앞으로도 많이 써주십시오, 선생님.

    ◆ 문현식> 좋은 시로 만날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문현식>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정말 화제의 시죠. 비밀번호의 아이 작가가 아니라 어른 작가 문현식 씨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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