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 제공경상남도·창원시·경남로봇랜드재단이 '마산로봇랜드 사업'에 대한 실시협약을 놓고 민간사업자(PFV)와 2년에 가까운 소송 벌인 끝에 패소했다. 아직 1심이지만, 결과를 보면 1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민간사업자에게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창원지법 민사5부(하상제 부장판사)는 7일 민간사업자인 경남마산로봇랜드가 도와 창원시, 로봇랜드재단을 대상으로 제기한 해지 시 지급금 등 청구의 소에서 피고들이 원고 측에게 1126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민간사업자의 소송 제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경상남도·창원시·경남로봇랜드재단과 대우건설컨소시엄은 지난 2015년 9월 마산로봇랜드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최초 민간사업자는 울트라건설컨소시엄이었다. 그러나 2014년 10월 부도로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대우건설컨소시엄이 들어와 2019년 9월 1단계 사업인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이어 추진해야 할 2단계 사업인 호텔·콘도·펜션은 첫 삽도 못 떴다.
7개 업체가 참여한 대우건설컨소시엄이 지분을 출자해 만든 PFV가 제기한 소송은 우습게도 '1필지'로 시작됐다.
행정에서 펜션 부지를 제공하지 않아 대출원금 950억 원 중 1차 상환금 50억 원을 변제하지 못해 '디폴트(대출 상환금 채무 불이행)'를 초래했다는 이유다.
당시 펜션부지 14필지 중 1필지를 이전하지 않아 1차 상환금을 갚지 못했다는 것이다. 디폴트의 모든 책임을 행정에게 돌리며 2019년 10월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당시 미이전된 창원시 소유의 1필지 탓에 협약을 해지한다는 것은 2단계 사업 포기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실제 도와 창원시는 1필지에 대한 이전 절차를 진행 중이었고, 대체부지 제공 등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는데도 협약을 해지한 것은 고의가 있는 것으로 봤다.
2단계 사업 의지만 있었다면 전체 사업의 미미한 수준인 고작 1필지 때문에 협약을 해지한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는 것이다.
2단계 사업 진행을 위한 설계도서 제출, 이행보증금 납부 등이 선행돼야 부지 이전이 가능한 데 이를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도는 주장했다.
마산로봇랜드 조감도. 경남도청 제공그러나 민간사업자는 2019년 10월 테마파크 운영에서 손을 떼고 도와 창원시에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조성 비용과 이자 등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되돌려달라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협약 해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테마파크 건립에 투입한 비용을 보전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행정이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반면, 도와 창원시는 1단계 사업의 막대한 시공 이익만 취하고 334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2단계 사업을 면탈하려는, 숨겨뒀던 '먹튀' 의도를 표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1년 8개월 동안 6차례 변론 진행 등을 거친 결과 민간사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도와 창원시는 1심 판결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법원 판결에 유감을 나타내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로봇랜드재단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2단계 사업 부지 중 98% 이상 토지를 매입했고, 문제가 된 펜션부지 1필지 조차 창원시 소유로써 공급 시기만 문제가 될 뿐"이라며 "특히 민간사업자가 주장하는 공급 시기는 실시협약과는 달리 민간사업자의 대출 약정 상의 기간을 기준으로 삼은 무리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도 재판부가 민간사업자의 주장 위주로 협약 내용을 해석한 것 같아 유감스럽다"라며 항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여건이지만, 민간사업자와 협상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대체 사업자 유치 등 로봇랜드 사업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