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우리가 먹는 해산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고 하는데 이것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특히 인체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이 뇌로 가면 뇌질환을 유발하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김진수 박사 연구진은 4년 전 이같은 의문을 품고 연구에 착수해 미세플라스틱 섭취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자폐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는 영유아에 발병하는 난치성 신경발달장애로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이나 정서적 상호작용의 문제, 반복적 집착과 제한된 관심 등의 행동이 특징이다. 자폐증, 아스퍼스증후군, 소아기 붕괴성 장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발병 원인이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김진수 박사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다양한 원인 중 환경적 요인의 가능성을 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과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태아기와 수유기, 청소년기, 장년기로 나누어 실험쥐에게 폴리에틸렌 미세플라스틱을 2~12주 동안 먹인 뒤 행동실험과 뇌조직분석 등을 했다.
왼쪽은 미세 플라스틱 섭취 실험쥐의 뇌조직 검출 실험, 오른쪽은 전자현미경으로 섭취 전·후 뇌 조직 내 미세플라스틱 관찰(한국원자력의학원 제공)행동실험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쥐들은 모든 연령대에서 사회성이 감소했으며 강박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되풀이했다. 사회성지수는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지 않은 쥐에 비해 50% 정도 낮게 나타났다.
또 임신한 쥐에게 미세플라스틱을 2주 동안 먹인 뒤 태어난 새끼 쥐를 관찰한 결과 4주 뒤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나타났다. 유전적 연관성이 있다는 뜻이다.
전자현미경으로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파편처럼 뇌에 박힌 것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쥐에게서는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사물질의 교란이 나타났고, 뇌 유전자 분석에서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환자와 동일한 유전자가 발견됐다.
연구진의 과제는 이같은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이다. 김진수 박사는 "현재는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한 단계"라며 "사람의 경우 정상그룹과 자폐그룹의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유무를 확인한 뒤 질환과의 상관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몸 속에 들어가면 혈관을 막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뇌졸중과의 상관관계를 먼저 연구했으나 이외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04년 1000명당 5명이었던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2008년 11명, 2012년 18명, 2020년 28명으로 최근 들어 점점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연구논문은 환경 분야 과학저널인 인바이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2022년 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