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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적자' 압박 한전, 'SMP상한제‧요금인상' 만지작

'30조 적자' 압박 한전, 'SMP상한제‧요금인상' 만지작

핵심요약

글로벌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적자 위기 몰린 한전
다음달부터 전력도매가격 상한제 도입 시사…민간발전사 반발
러시아 사태 장기화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물가상승 우려도

연합뉴스연합뉴스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가 30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도입을 시사했다. SMP 상한제로 직격탄을 맞게 될 민간 발전사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원자재 가격에 연동된 전기요금 인상이 근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SMP 상한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은 전력 도매시장에서 민간발전사 등으로부터 전기를 구매 후 이를 소비자들에게 일률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한전이 도매 시장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기준 가격인 SMP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취지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전력사업이 전부 또는 일부 민영화된 상태지만, 우리나라는 사실상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정부가 최종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으면 손쉽게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 급등 국면에선 이를 소비자 요금에 즉각 반영하지 못할 경우 해당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폭만 대폭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규칙 개정을 추진 중인 산업부는 이달 말 전기위원회 상정에 의결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은 직전 3개월 간 평균 SMP가 최근 10년 간 평균 SMP의 상위 10% 이상일 경우 1개월 간 SMP에 상한을 두는 방식이다.
 
이를 현 상황에 적용해보면, 직전 3개월인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가중평균 SMP는 kWh(킬로와트시)당 227원인데, 최근 10년 간 가중평균 SMP의 상위 10%는 kWh당 154원으로 상한제 발동 요건에 해당한다. 최종 적용될 SMP 값은 최근 10년간 평균 가격(106원)에서 1.5를 곱한 158원이 되는 셈이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h당 23일 기준 통합 SMP는 253.67원을 기록했다. SMP가 지난 8월(197.74원)→9월(233.42원)→10월(251.65원) 등으로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상한제 적용으로 인해 한전은 약 40%(100원 가량) 정도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한전에 도매 전력을 공급하는 민간 발전사 등은 그에 상응하는 손해를 보게 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산중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SMP 상한제와 관련해 "가격에 대한 직접 개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피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에너지 위기 상황이고 국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통을 조금씩 나눌 필요가 있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SMP 상한제가 실시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민간 발전사들은 강력 반발했다. 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와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12개 단체로 구성된 'SMP상한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재생에너지와 집단에너지 발전 사업계에 큰 타격으로 이어져 산업 생태계 파괴와 탄소중립 달성 장애물과 국가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SMP 상한제 도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우선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이 일면서 SMP 상한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SMP 상한제로 인한 효과가 한 달에 약 1조 5천억 원 정도로 예상돼 전력산업 전체의 부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여러 방안 중 정부가 너무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다세대주택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시내 다세대주택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모습. 황진환 기자
한전의 올해 1~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21조 8342억 원으로, 올해 말까지는 30조 원을 초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전은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일단 SMP 상한제 시행으로 출구를 마련 후 요금 인상 카드를 추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국회 산자위에 출석한 이 장관은 "연료 가격 상황이 내년에도 급격히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했다. 한전의 누적 적자를 전기요금 인상만으로 해소하긴엔 최종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발전 업계와의 고통 분담 방식으로 병행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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