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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이만기? 불멸의 임수정이 던진 묵직한 메시지 "韓 최초 100회 우승, 女 지도자 이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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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女 이만기? 불멸의 임수정이 던진 묵직한 메시지 "韓 최초 100회 우승, 女 지도자 이뤄야죠"

    엘리트와 생활 체육이 통합된 이후 처음 열린 2017년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사실상 초대 여자 천하장사에 오른 임수정. 대한씨름협회 엘리트와 생활 체육이 통합된 이후 처음 열린 2017년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사실상 초대 여자 천하장사에 오른 임수정. 대한씨름협회
    한국 여자 씨름의 전설 임수정(38·영동군청)이 불멸의 기록을 또 한번 갈아치웠다. 여자부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을 97회로 늘리며 내년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임수정은 21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단오제 행사장 씨름장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3 강릉단오장사씨름대회' 국화급(70kg 이하) 장사 결정전에서 엄하진(구례군청)을 눌렀다. 체급 최대 라이벌을 상대로 마지막 판 연장까지는 접전 끝에 2 대 1로 이겼다.

    통산 97번째 우승이다. 2006년부터 모래판에 입문한 임수정은 여자 씨름이 대한씨름협회와 통합되기 이전 전국 대회 등을 포함해 18시즌째 활약하면서 100회 우승에 단 3승을 남겼다. 그야말로 여자 씨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협회가 엘리트와 생활 체육을 통합해 여자 씨름까지 주관한 2016년 이후로 따져도 25회째로 최다 우승이다. 임수정은 통합 이후 국화급에서만 무려 21번 정상에 올랐다. 여기에 한 체급 높은 무궁화급(80kg 이하)에서도 1번 우승을 차지했다.

    임수정은 천하장사도 통산 최다인 3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통합 이전까지 포함하면 통산 8회 천하장사 꽃가마에 올랐다. 무궁화급 간판 7살 어린 후배 이다현(거세시청)이 통합 이후 21회, 매화급(60kg 이하) 양윤서(33·영동군청)가 19회 우승으로 뒤를 잇고 있다.

    우승 뒤 임수정은 "최근 허리 통증에도 잇따라 대회를 치러 컨디션 유지가 힘들었는데 우승해서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감독님과 팀원들이 열심히 해서 너무 감사 드린다"고 선수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임수정이 21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단오제 행사장 씨름장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3 강릉단오장사씨름대회' 국화급(70kg 이하) 장사에 오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협회임수정이 21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단오제 행사장 씨름장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3 강릉단오장사씨름대회' 국화급(70kg 이하) 장사에 오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협회
    특히 국화급인 임수정은 한 체급 높은 무궁화급 강자들을 상대로 최다 천하장사 기록을 세워 더욱 의미가 있다. 힘을 쓰는 종목에서 체급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힘의 열세를 기술과 노련함으로 극복해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임수정은 한국 씨름 최고 스타 이만기 인제대 교수(60)와 비교된다. 이 교수 역시 최중량급인 백두급 선수들을 상대로 한 체급 낮은 한라급 시절 초대 천하장사에 올랐다. 이후 백두급으로 체급을 올리긴 했지만 체중과 힘으로 압도하는 선수들을 화려한 기술로 제압하며 역대 최다 10회 천하장사에 등극한 바 있다. 임수정을 '여자 이만기'로 부르는 이유다.

    이에 대해 임수정은 "요즘 선수들도 잘 하고 유명하지만 씨름의 대명사인 이만기 선배의 별명 붙어서 완전 찬사라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하나 아래 체급에서 시작해 천하장사를 가장 많이 해서 그 의미가 많이 와 닿는다"고 뿌듯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종종 무궁화급에 출전하는 것도 천하장사를 위해서다. "평소 몸무게는 72kg 정도"라는 임수정은 체중을 늘려 국화급이 아닌 무궁화급에 나서는 데 대해 "천하장사에 도전하려면 위 체급 선수들과 대결해야 한다"면서 "아무래도 잡아봐야 알기 때문에 전력 분석의 의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궁화급 선수들은 아무래도 근력이 있고, 순발력도 좋다"면서 "첫 타이밍에서 잘 넘기면 유리해진다"고 귀띔했다.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이날도 임수정은 엄하진에 첫 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둘째 판을 주특기인 들배지기로 만회했지만 셋째 판 연장에서 엄하진에게 들려 하마터면 경기를 내줄 뻔했다.

    다만 임수정은 다부지게 상대 공격을 버터내며 끝까지 중심을 잡아 쓰러지지 않았다. 노련한 경기 운영에 엄하진이 샅바를 놓치는 실수를 잇따라 범해 경고를 받아 임수정의 경고승으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임수정이 엄하진에게 4번 연속 졌는데 오늘 이겨서 파이팅을 크게 외치더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임수정은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예전만큼 못하고, 다른 선수들이 많이 올라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성기에 비해 70% 정도로 떨어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고 최대한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엘리트와 생활 체육이 통합돼 2016년부터 대한씨름협회가 대회를 주관할 당시 임수정의 경기 모습. 협회엘리트와 생활 체육이 통합돼 2016년부터 대한씨름협회가 대회를 주관할 당시 임수정의 경기 모습. 협회

    때문에 임수정은 최근 선수 생활의 멋진 마무리를 꿈꾸고 있다. 임수정은 "컨디션이 좋으면 더 할 수 있겠지만 일단 부상 없이 내년까지 선수 생활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상급 기량을 보일 때 내려오고 싶다는 여제의 자존심이다. 임수정은 "이제 임수정도 기량이 갔네, 이런 소리는 듣기 싫다"면서 " 잘 하고 있을 때 내려오고 싶다"고 강조했다.

    통산 100회 우승의 금자탑에 대해서도 마음을 비웠다. 임수정은 "기록에 집착하다 따라잡히니까 쫓기는 느낌이었고, 버리고 싶었지만 사람인지라 쉽지 않았다"면서도 "지금은 내려놓고 좋은 경기를 보이자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적은 이뤘으니 내용적으로 여전히 좋은 경기 모습을 보이고 즐기는 씨름을 하고 싶다"면서 "대회가 많아서 (100회 우승은) 묵묵히 가면 자연스럽게 채워질 거라 생각하고 이룬다면 뿌듯해질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2의 씨름 인생도 구상하고 있다. 여자 선수 최초의 여자팀 지도자다. 임수정은 "여자 선수 출신 중 여자 선수들을 가르치는 현역 지도자가 없다"면서 "지도자로 나서 직접 잡고 가르치면서 여자 선수들을 양성하고 씨름 발전을 위해 힘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자 씨름에 대해서도 임수정은 "많은 대회가 중계되고 있고, 최근 선수들이 예능에도 출연하는 등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자 씨름이 올해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들어갔지만 초중고 학생부가 아직 없다"면서 "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학생부 팀 창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량은 물론 생각까지 여자 씨름의 전설다운 임수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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