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서 경찰차량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트랙터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회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박희영 기자남태령 농민 시위대 트랙터 1대가 광화문 서십자각터 탄핵 찬성 측 천막농성장 인근에 진입하자 경찰이 견인에 나서며 시위대와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4시쯤 서울 종로구 서십자각터 탄핵 찬성 측 천막농성장 인근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트랙터 1대를 발견하고 지게차를 동원해 견인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활동가들이 경찰에 항의하며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전농 측에 따르면, 이 트랙터는 전날 남태령에서 열린 상경 시위에 참여하려다 남태령 외곽에 머물렀고, 밤사이 우회로를 통해 광화문까지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남태령 일대 농민단체 집회는 해산했고, 남태령 과천대로는 오늘 오전 7시 40분부터 정상적인 교통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며 "오늘 새벽에 트랙터 1대와 화물차 1대가 서울 도심으로 진입했고, 이를 견인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1명을 검거했다"며 "농민단체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주최자 등에 대해 엄정 사법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트랙터가 도착한 서십자각터 인근은 탄핵 찬성 단체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인 곳이다. 경찰의 견인 시도에 농성 참가자들과 활동가들이 맞서며 긴장이 고조됐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전 공지를 통해 "견인을 막던 공동상황실장이 불법 연행됐고, 농민과 활동가들에게 폭력이 행사됐다"고 주장했다. 또 "현장에서 활동 중이던 인권침해감시단 소속 변호사도 폭행당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복궁역 2번 출구 인근 자하문로 양방향 전 차로에는 트랙터 견인을 막기 위해 모인 농민과 시민 400여 명이 집결해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서 경찰들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트랙터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회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 법률 지원을 맡고 있는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오전 10시쯤부터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상황은 경찰이 광화문 농성장 텐트 옆에 주차돼 있던 트랙터 한 대를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불법으로 반출하려다 시민들이 이를 막아서서 여기까지 진행된 것"이라며 "트랙터는 평화롭게 주차돼 있었고, 이를 강제로 옮긴 경찰의 조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경찰은 도로법을 들 수 있지만, 불법 적치물에 대해 행정관청이 대집행해야 한다. 그런 절차 없이 견인한 것은 법 위반"이라며 "경찰은 즉시 사과하고 트랙터를 원위치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하원오 전봉준투쟁단장은 "어제 아침부터 남태령에서 서울까지 트랙터 행진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차벽으로 길을 막았고, 밤새 시위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며 "겨우 한 대가 도착했는데 경찰이 끝내 이를 뺏으려 한다"고 규탄했다.
그는 "박근혜 퇴진 때도 시민의 힘으로 전봉준 트랙터가 서울에 들어왔고, 윤석열 파면을 위해 다시 서울에 왔다"며 "농민들은 윤석열 파면이 곧 농사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빠르게 파면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견인 조치의 근거로 '집회 제한 통고에 대한 법원 결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비상행동 측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