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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대통령'의 아들 허훈 "아빠 웃게 해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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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대통령'의 아들 허훈 "아빠 웃게 해드려야죠"

    대를 잇는 농구 가문, 피는 못 속이는 '부전자전'

    25일 오후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농구스타 허재 감독의 차남 허훈이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지난 달 체코에서 개최된 국제농구연맹(FIBA) 19세 이하 세계 남자농구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은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예선 전패를 당했다. 13~16위 결정전으로 밀려난 한국은 순위 결정전 첫 경기에서, 그 것도 개최국 체코를 맞아 연장 접전 끝에 96-95로 승리해 자존심을 만회했다. 4쿼터 종료 7초 전에 극적인 동점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팀내 최다 32득점을 몰아넣은 용산고 3학년 가드 허훈(18, 182cm)이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팬들은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는 현역 시절 ‘농구 대통령’, ‘농구 9단’ 등으로 불렸던 전설적인 스타 허재의 둘째 아들이다.

    마치 운명처럼 굴러 들어온 농구 공

    프로농구 전주 KCC를 맡고 있는 허재 감독의 두 아들 허웅과 허훈은 모두 아마추어 농구 선수로 뛰고 있다. 형 허웅은 연세대에서 주축 가드로 활약 중이고 고교 졸업반인 동생 허훈은 내년 대학 진학을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가 걸었던 농구 명문 용산중-용산고 코스를 그대로 이어 밟았다.

    사실 허재 감독은 두 아들이 농구하는 것을 반대했다. 아버지 그늘에 불편할 아들들을 생각하면 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하지만 두 형제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경기를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농구를 접했다.

    허훈에게 농구는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지도자 연수를 받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건너간 허훈은 그 곳에서 농구 공을 처음 잡았다. 어디까지나 재미삼아 슛을 던졌다. 그런데 형이 본격적으로 농구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때마침 허재 감독이 KCC의 부름을 받으면서 온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허훈은 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농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형이 이미 시작한 마당에 아버지의 반대는 없었다.

    허훈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미국에 갔고 취미로 농구를 했어요. 그러다가 형이 갑자기 농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1년쯤 있다가 다시 한국에 왔어요. 저는 어릴 때라 그냥 따라왔죠. 그 때는 분당에 살았는데 형이 용산중으로 가야 되니까 이쪽 동네(후암동)로 이사를 왔어요. 저는 삼광초등학교에 들어갔고 박민재 선생님이 농구를 권유해서 시작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얼떨결에 농구 공을 잡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급’이 다른 유전자를 물려받은 허훈은 누구보다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기질이 다르다

    허훈은 용산중 시절이었던 2009년 프로농구 서울 SK와 나이키가 개최한 빅맨 캠프에 참가했다. 당시 유망주 지도를 맡은 미국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빌 베이노 코치는 허훈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아직 부족한 점은 있지만 스타로서의 자질만큼은 확실히 갖췄다”며 그가 가진 남다른 기질을 알아봤다.

    농구인들은 외모는 물론이고 성격까지도 형보다는 동생이 더 아버지를 닯았다고 입을 모은다. 순하고 여린 인상이지만 할 말은 하는 성격이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허훈은 고교 진학을 앞두고 용산고의 상징과도 같은 아버지 앞에서 감히(?) 용산고가 아닌 다른 학교로 가고 싶다고 슬쩍 말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운동을 힘들게 시킨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라는 아버지의 한 마디에 상황은 일단락됐다. “결국 아빠 뜻을 따랐죠. 당연히 후회는 없습니다”, 허훈은 그 때를 떠올리며 웃었다.

    작년 6월12일, 고교 농구 코트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허훈의 용산고가 쌍용기 대회 4강전에서 당시 206cm 장신 센터 이종현(고려대)을 보유한 고교 최강 경복고를 꺾은 것이다. 허훈은 지리한 공방전이 계속되던 4쿼터 중반 승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3점슛을 터뜨렸다. 수비수를 앞에 두고 슛을 던졌다. 성공 여부를 떠나 무리라는 비판을 받을 만 했다. 하지만 허훈은 과감했고 결국 그가 터뜨린 한방은 결승 득점이 돼 용산고가 64-62로 승리할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허훈이 밝힌 소감이 압권이었다. “돌파를 시도하기에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모험을 해봤어요”라며 ‘쿨(cool)’하게 웃었다. 순간 그의 뒤에 ‘농구 대통령’의 후광이 보였다.

    허훈은 “(그런 기질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2쿼터가 끝날 때 3점차로 지고 있고 우리가 마지막 공격을 하면 꼭 3점슛을 넣어 동점으로 끝내고 싶어요. 승부처가 되면 내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그럴 때는 욕심이 생겨요”라고 말했다.

    농구 팬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마인드다. 전성기 시절, 허재가 그랬으니까.

    25일 오후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농구스타 허재 감독의 차남 허훈이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아버지를 웃게 해드리고 싶어요“

    허훈에게 아버지는 늘 고맙고 든든한 존재다. “아버지께서 장점을 많이 얘기해주세요. 경기 동영상을 보고 여유있는 플레이가 좋았다든가 그런 말씀을 해주세요. 경기를 잘하면 아버지께서 기분이 좋아져서 가끔은 술을 드시다가도 전화해서 칭찬을 해주시고 그래요. 못한 날은 많이 혼나구요”라며 웃었다.

    허훈은 “신경을 안쓰는 척 해도 가장 많이 신경을 써주세요. 운동할 때 필요한 조건은 다 챙겨주세요. 기본적인 것만 쌓아두면 발전한다는 말씀도 해주시구요. 정말 든든해요”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농구를 잘 이해하는 아버지라 좋겠다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허재 감독을 보고 싶으면 아마추어 농구 경기가 열리는 체육관을 찾으면 된다. 프로농구 시즌이 끝나면 허재 감독은 ‘학부모’ 모드가 된다.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분주하다.

    허훈은 “경기 날 오시면 그날 따라 더 열심히 하게돼요. 멀리 있어도 보이더라구요. 시합 때는 늘 의식돼요.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죠”라며 “얼마 전에 우승한 협회장기 대회에 아버지께서 오셨어요. 그동안 몰랐는데 하이라이트를 보니까 제가 한 골을 넣으면 아빠가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경기할 때는 웃는 모습을 못봤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아버지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故 허준씨는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아들 허재를 대한민국 최고의 농구 스타로 키웠다. 중학교 때부터 보양식으로 뱀을 챙겨줬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아들과 같은 길을 걷는 손자를 향한 사랑도 애틋했다. 허훈은 “보양식은 할아버지께서 다 챙겨주셨어요. 별별 약을 다 먹어봤어요. 형은 정말 잘 챙겨먹었는데 저는 약을 싫어해서 많이 안먹었죠”라며 웃었다.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 ‘국가대표’

    역할 모델로 삼고있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허훈은 NBA 보스턴 셀틱스에서 뛰는 라존 론도를 꼽았다. NBA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정상급 포인트가드다.

    허훈은 “속공 때 엄청 빠르고 또 빼주는 패스가 정말 날카로워요. NBA 선수 중에서는 키가 작은 편인데 레이업을 할 때도 남들과 다르게 공을 더 띄우고 쏜다거나 그런 모습을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론도는 NBA에서 외곽슛이 ‘없는’ 대표적인 선수. 허훈은 “슛은 말구요”라며 웃었다.

    사실 아버지의 이름을 대답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과는 달랐다. 아버지는 그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우상이다. 조금은 추상적이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현역 시절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기 때문이다. 너무 어렸다.

    허훈은 “사실 아버지에 대해 정확히는 잘 몰라요. 그런데 요즘 인터넷을 통해 많이 봤어요. 무리한 것 같은데 슛이 들어가고 그래요. 정말 잘하시더라구요”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허재 감독의 우려처럼 ‘농구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하다. 하지만 허훈은 그런 스트레스는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부담이 별로 없어요. 어떤 얘기를 들어도 상처가 전혀 안됐고 괜찮았어요. 장난으로 받아 넘기죠. 제가 워낙 긍정적이라 그런가 봐요”, 허훈은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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