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최근 성형수술 사고로 잇달아 사망자가 발생했다. 과연 우리나라의 성형수술은 어떤 상황까지 와 있을까?
추산이지만 한국 여성 5명 중 1명 꼴로 치료가 아닌 미용을 위해 수술 내지는 시술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1, 국제미용성형학회)
인구 대비 성형 비율은 지구촌에서 우리나라가 단연 1위로 지목되고 있고, 세계 성형시장의 규모가 200억 달러 정도인데 우리나라 성형 시장의 규모가 45억 달러로 1/4을 넘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성형수술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개업해 의원을 연 곳이 1천여 곳 정도일 거라고 추산되는데 성형수술 과목을 간판에 내건 의원은 4천 여 곳이 넘으니 성형수술 중 절반 이상은 적절치 못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셈이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어머니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셨네?성형수술은 보험 적용이 안 되는 과목이니 고객 유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 때문에 성형외과들의 광고 기법과 광고물량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 그 중에는 몹시 비인격적이거나 감성을 자극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내용들도 많다.
수술 전 과 후를 비교한 사진을 싣는 것은 어디나 하고 있는 광고. 그러나 수술 후 사진은 그래픽을 이용해 꾸미고 화장과 의상으로 멋을 내 과장된 효과를 선전하고 있다. 상당히 위험한 외과수술인 양악수술의 경우 양악수술전문이라는 과목이 존재할 수 없는데도 전문이라고 광고한다. 마취전문의와 의료사고 발생시 긴급대처할 준비도 안 돼 있는 병원에서의 양악수술이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지만 양악수술은 전국 어디서나 행해질 만큼 번져가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광고 문구들도 횡행한다.
"어머니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셨네"
"딸아, 걱정 마 이제 시집갈 수 있을거야"
"5살이나 많은 여자한테 내 남자를 빼앗겼다"
"자기야 제발 성형해'
이 광고문구들에서 보듯이 성형수술은 부유층, 연예인의 아름다움을 위한 사치에서 이제는 스펙과 투자로 바뀌고 있다. 성형수술이 아름다움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라면 모를까 사회적 압박에 못 이겨 칼을 대는 강요된 선택이라면 사회의 책임도 달라진다.
미용을 위한 성형수술은 의술의 발전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사진, 영화 텔레비전 등 영상산업 및 광고의 발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광고와 영상물들이 인간의 신체를 극대화된 효과로 멋지게 꾸며 보여주면서 사람들은 저렇게 멋지고 싶다는 욕망을 키워 나갔다.
사실 광고 속의 모델의 모습이나 영화 속의 멋진 모습은 현실 속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뼈를 깎는 다이어트와 관리, 오랜 시간의 화장과 조명, 최신장비를 동원한 촬영 등으로 이뤄진 영상에 자기 몸을 맞추려는 건 자연스럽지도 못하고 몸을 상하게 할 위험이 크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성형수술과 신자유주의 일부에서는 미용성형 붐이 자본주의의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범람과도 떼어 놓을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현대사회가 치열한 경쟁과 극심한 변화를 거듭하며 인간의 삶이 불안정해지자 인간은 나름의 방비책을 만들어 내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의 육체라는 것이다. 자신의 육체를 보다 더 나은 잘 빠진(?) 상품으로 준비해야만 세파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결과라고 보는 견해이다.
사회로 진출한 사람들이 예전에는 모자라는 재질과 두뇌, 신체 능력, 건강을 걱정했지만 이제는 거기에 얹어 예쁘지 않은 얼굴, 작은 가슴, 식스팩 없는 복부를 걱정하고 있다. 결혼을 위해 취업을 위해 수술을 받으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오간다. 그것 때문에 돈을 모으고 생명을 걸기도 한다. 외모와 관련된 여러 콤플렉스가 인간을 옭아매며 인간은 더 나약하고 불안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런 점에서 현대의 인간이 자신의 몸을 생존의 수단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는 해석은 나름 설득력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