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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재미로 소비하는 사회, 교실로 들어온 혐오표현"

사회 일반

    "혐오를 재미로 소비하는 사회, 교실로 들어온 혐오표현"

    외모, 성적, 게임실력 이유로 놀림받는 학생들
    쓰면 안된다는 건 알지만 '재미'로 사용하기도
    비난, 독설로 '웃음' 유발하는 예능 프로그램들
    사회가 곧 학교, 만연한 혐오가 교실로 들어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해 강력한 원칙 세워야
    학생들은 바뀔 준비 돼있어, 체계적 교육 필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20~19:55)
    ■ 방송일 : 2020년 1월 3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혜정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이신애 초등성평등연구회 교사

     


    ◇ 정관용> 우리 국민의 64.2%, 3명 중 2명이 혐오 표현을 경험한 적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작년에 발표한 내용입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 참 큰 숙제인데요. 그런데 이게 우리 사회뿐 아니라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혐오 문제가 일상적인 문제가 되어 버렸답니다. ‘혐오, 교실에 들어오다’라는 책이 얼마 전에 출간이 됐어요. 이 책을 쓰신 분들 가운데 두 분을 초대했습니다. 경기도 교육연구원의 이혜정 연구위원 어서 오세요.

    ◆ 이혜정> 안녕하세요.

    ◇ 정관용> 또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 이신애 선생님, 어서 오십시오.

    ◆ 이신애>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경기도 교육연구원이 기획한 하나의 연구보고서더라고요. 이 연구보고서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 뭐예요?

    ◆ 이혜정> 2016년, 2017년에 언론에 보도가 되게 많이 됐었죠. 학교 안에 혐오가 심각하다 심지어는 학교가 혐오의 배양지다 이런 표현까지 쓰면서. 그런데 저희 경기도 교육연구원이 보통은 교육정책 연구를 하는데요. 중요한 교육 의제를 던지는 역할도 해야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민주시민 교육도 하고 있고 학생인권조례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진짜 혐오 현상이 심각한지 이런 걸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실태조사를 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어떤 방식으로 연구조사를 했어요. 실태조사하는 방법은.

    ◆ 이혜정> 한 학교의 한 학급에 있는 학생들을 면담하고 수업을 비롯한 교육활동, 참여 관찰하고 그렇게 한 학기 정도 들어가서 봤습니다.

    ◇ 정관용> 특정한 한 학교의 한 학급. 그리고 한 학기 동안. 그걸 너무 다 일반화시킬 수 있을까요?

    ◆ 이혜정> 일반화시킬 수 없죠.

    ◇ 정관용> 그렇죠?

    ◆ 이혜정> 그래서 앞부분에 이 학교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 학교다, 이 학교에서 드러나는 현상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으나 이 학교에서 드러난 이 현상이 우리 교육현장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 그 시사점을 보자 이런 식으로 연구를 풀어내게 된 거죠.

    ◇ 정관용> 엄밀히 말하면 이 연구는 사례연구네요.

    ◆ 이혜정> 맞습니다.

    ◇ 정관용> 하나의 사례연구인데 여기서 시사점을 우리가 얻자.

    ◆ 이혜정> 네, 맞습니다.

    ◇ 정관용> 몇 학년 대상이었죠?

    ◆ 이혜정> 중학교 2학년 대상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랬더니 어떻든가요? 혐오발언이나 혐오표현의 실태가 어떻게 나타나던가요?

    ◆ 이혜정> 처음에 저희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이 학교 교감선생님이 학교를 열어주실 때 우리 학교 학생들은 아마 그런 표현 쓰지 않을 거다.

    ◇ 정관용> 그랬어요?

    ◆ 이혜정> 왜냐하면 이 학교가 중산층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학교였고 소위 그 지역에서 좋은 학교, 학부모들이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였기 때문에 보호자들의 보호를 잘 받은 반듯한 아이들이고, 연구자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아마 그런 현상 안 보일 거다. 그렇지만 보고 싶으면 와서 봐라, 이렇게 하셨어요.

    ◇ 정관용> 교감 선생님이? 자신 있었나 봐요. 그런데요?

    ◆ 이혜정> 그런데 실제로 가서 봤을 때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약한 부분 있죠. 예를 들어서 여학생인데 예쁘지 않다거나 공부를 잘 못하거나 또 게임, 요즘 학생들은 게임을 많이 하니까 게임을 잘 못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하거나 이런 학생들에 대해서 비속어나 모욕감을 느끼는 표현들을 아주 일상적으로 마치 장난, 농담처럼 별로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 그런 상태로 주고받고 있는 걸 저희가 많이 포착할 수 있었죠.

    ◇ 정관용> 어떤 표현이요?

    ◆ 이신애> 그러니까 굉장히 모욕적인 발언인 것이죠. 이 말을 들었을 때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모욕적인 표현부터, 그 말을 하고 있을 때 옆에 있는 교사가 혐오 표현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들만의 어떤.

    ◇ 정관용> 은어로?

    ◆ 이신애> 은어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고.

    ◇ 정관용> 어떤 표현이죠, 그건?

    ◆ 이신애> 그런 식이죠. 너 얼굴 보니까 밥맛 떨어진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 네 얼굴 밥도둑,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한 것이죠. 그러면 옆에서 듣고 있는 교사는 밥도둑이라는 말은 맛있는 반찬? 이런 느낌이니까 쓱 넘어가기 마련인데 관련해서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를 캐치하지 못하니까 지도하기도 어려워지는.

    ◇ 정관용> 학생들끼리는 밥도둑 그러면 그냥 그 표현인 걸로 통용되더라.

    ◆ 이신애> 그런데 이게 바뀌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 정관용> 은어가 바뀌는 게. 못 알아듣는군요, 계속.

    ◆ 이신애> 제가 그래서 방송에서 이 얘기를 해서 이제 이런 말을 쓰면 지도해야지라고 하시면 이제 그 학생들은 그런 말을 쓰지 않을 거예요.

    ◇ 정관용> 또 다른 관용어를 쓴다. 중요한 건 용어가 문제가 아니라 노골적으로 네 얼굴이라고 지칭해서 말을 한다는 거죠.

    ◆ 이신애> 그렇죠.

    ◆ 이혜정> 맞아요.

    ◆ 이신애> 또는 이런 식이죠. 반 안에 굉장히 외모적으로 자신감이 없을 만한 친구들이 지나갈 때 옆에 있는 다른 친구한테 야, 네 남친 지나간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거예요, 모욕적이게. 그러면 그 말을 들은 학생이 무슨 소리하는 거야 하는 식으로 굉장히 싫어하는 반응을 보인다든가 그런 식으로 이어지는 것들이 많은데,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게 대상이 주로 여성, 그리고 외모, 또 어떤 것들이에요?

    ◆ 이혜정> 저희가 본 학급에서는 여학생에 대한 외모 혐오 표현이 제일 심각하고 제일 많이 드러났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성적이 낮은 학생.

    책 <혐오, 교실에="" 들어오다=""> (사진=살림터 제공)

     


    ◇ 정관용> 성적? 성적이 낮은 학생한테는 어떤 식으로 해요?

    ◆ 이혜정> 네가 그렇게 처자니까 시험성적이 낮지. 그런 식. 이거 그냥 한 가지 예인데. 그러니까 모르겠어요. 저희가 학교 다닐 때는 성적을 가지고 놀리거나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건 좀 안 했던 거 같거든요.

    ◇ 정관용> 화제에 올리지 않죠, 대부분. 그냥 특별히 공부 잘하는 몇 애들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려지지 나머지에 대해서는 거의 성적을 입 안에 올리지 않지도 않나요?

    ◆ 이혜정> 그런데 되게 중요한 비하나 놀림의 대상 중 하나더라고요.

    ◇ 정관용> 여성, 외모, 성적. 또 뭐요?

    ◆ 이혜정> 그리고 특이한 행동, 튀는 행동.

    ◆ 이신애>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 정관용> 어떤 거요?

    ◆ 이신애> 수업 시간에 저희 왜 다 질문 안 하는 분위기 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누가 질문을 한다든가 아니면 뭔가 좀 튀는 옷을 입고 온다든가 그렇죠. 초등학교도 그렇죠.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시선을 끌게 되고 그런데 그 시선이 긍정적인 시선이 아닌 경우도 왕왕 있고 그러다 보니 좀 몸을 사리게 되는, 학생들이. 그런 게 있습니다.

    ◇ 정관용> 아무튼 튀는 행동이나 그런 복장이나 뭐가 있으면 곧바로 그걸 또 표현으로 말해서 비판을 하더라.

    ◆ 이신애> 그런데 그 튀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또 반응이 달라지는데 반에서 보통 주류에 속하는 학생들이 그런 행동을 하면 딱히 타겟팅 되지 않지만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그런 행동을 할 때에는 굉장히 수근거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죠.

    ◇ 정관용> 그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은 뭐예요, 기준이?

    ◆ 이신애> 그러니까 방금 말한 외모, 성적, 집안의 재산 유무 등등 여러 가지 학교에 따라 다르게 드러날 텐데.

    ◇ 정관용> 이 교실에서는?

    ◆ 이혜정> 이게 그런데 저희가 이제 한 학기 동안 보면서 관찰할 수 있었던 게 그 교실에 공식적인 질서 안에서는 공부를 잘하고 선생님 말 잘 따르는 몇몇 여학생들이 주류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학생들은 수업시간에만 학교에 있는 게 아니니까 쉬는 시간, 점심시간 이럴 때 비주류라고 여겨졌던 학생들이 이 비공식적인 질서 안에서는 인기 많은 학생이 되는 거죠. 그런 게 대표적인 게 학생들의 용어로는 어그로를 끈다고 하는데.

    ◇ 정관용> 어그로?

    ◆ 이혜정> 못 들어보셨나 봐요. 관심 끄는 행동. 그러니까 그 관심 끄는 행동의 주요한 게 혐오 표현인 거죠. 그러니까 누군가의 약점을 웃기게 드러내서 나쁘게 표현하면 이제 그 대상 학생은 당황하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그 절묘한 표현의 절묘함 이런 것 때문에 막 웃거든요. 그런 게 여러 혐오 현상 중에서 대표적인 거였어요. 그래서 그 당한 학생은 그게 되게 유머고 재미있는 행동이고 인기 많은 학생들이 하는 거기 때문에 문제제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그게 만일에 문제제기를 하면 바로 진지충 돼서 또 놀림을 받게 되고 이런.

    ◇ 정관용> 어그로, 진지충?

    ◆ 이혜정> 진지충도 처음 들어보셨나요?

    ◇ 정관용> 진지충은 들어봤죠. 쓸데없이 진지하게 반응한다 이런 식의.

    ◆ 이혜정> 그런데 이 말이 학급 안에서 자기가 지금 겪고 있는 감정적인 어려움이나 이런 것들을 표현하기 어렵게 만드는, 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 이신애> 문제제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

    ◇ 정관용> 이거는 어떤 구조적인 부분이 있다는 얘기네요. 이들의 문화 속에서 남들로부터 좀 박수 받고 주의 끌고 그래서 주류집단의 한 명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비판하고 혐오하는 표현을 써야 하는 그런 거예요?

    ◆ 이혜정> 그런 문화가 학생들의 문화에 되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 정관용> 반대로 그런 혐오 표현 같은 거 쓰면 그런 표현 안 좋은 거야, 그런 거 쓰지 마, 우리 이런 거 쓰지 말자라고 하면 반대로 왕따 당하나요?

    ◆ 이혜정> 그럴 것 같았어요, 그 학급에서는. 물론 그런 학생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럴 것 같았고. 중요한 건 이제 학생들이 그게 혐오 표현이 대부분 비속어이기 때문에 욕설이고. 어른들이 그런 말을 쓰는 걸 싫어하고 금지하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교사들이 있거나 부모 앞에서는 거의 쓰지 않고요. 저희 연구진은 다 30대 이상이니까 저희 앞에서도 처음에는 안 쓰려고 했는데 이제 저희가 만화그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이제 좀 끌어내긴 했는데요. 그건 알고 있어요. 쓰면 안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이 표현이 굉장히 소수자를 차별하고 그렇게 했을 때 사람들이 모욕감을 느끼고 더 위축되고 배제될 수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알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그런 문제제기를 한 학생이 있다면 굉장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죠.

    ◇ 정관용> 무엇보다도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학생은 한 명도 못 찾았다, 못 봤다.

    ◆ 이혜정> 저희가 본 학급에서는 그랬습니다.

    ◇ 정관용> 암묵적으로 그런 문제제기를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있는 거네요.

    ◆ 이혜정> 맞습니다.

    ◇ 정관용> 혹시 개별 인터뷰를 통해서 이런 식의 표현들을 들으면 기분이 어때? 이런 거 물어보셨을 거예요. 다들 싫다고 그러죠?

    ◆ 이혜정> 맞아요. 모욕감을 느끼고 기분 나빴다 이런 얘기들을 하죠.

    ◇ 정관용> 그렇게 얘기하죠. 대신에 우리 이런 표현 쓰지 말아야 되지 않아, 이런 표현 쓰는 건 나쁜 사람들 아니야, 나라도 좀 쓰지 말아야 되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렇게는 혹시 안 물어보셨어요?

    ◆ 이혜정> 그런 질문도 했죠. 그런데 학생들은 그거 재미로 하는 거예요, 장난으로 하는 거예요 이렇게 반응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얼마나 심각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인지에 대한 언어가 학생들한테 없다.

    ◇ 정관용> 그러니까 하는 학생들은 그런 행동을 하는 학생들은 장난이라고 여기고 그러나 그런 걸 당하면 싫어하고.

    ◆ 이혜정> 그렇죠. 그런데 재미있는 게 서로 해요.

    ◇ 정관용> 서로?

    ◆ 이혜정> 당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서로 왜냐하면 서로 약점 다 있으니까. 그게 이렇게 주고받으면서.

    ◇ 정관용> 서로 하면서 하는 건 재미요, 당하는 건 싫다.

    ◆ 이혜정> 그렇죠. 그걸 당하는 거고 피해고 이게 문제다라고 드러낼 힘도 없고 언어도 없고. 그리고 학교는 그걸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런 상태라는 걸 저희가 확인한 거죠.

    ◇ 정관용> 더 심각하네요 그러면.

    ◆ 이신애> 그렇죠. 왜냐하면 학생들이 이걸 재미로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거든요. 왜냐하면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만 봐도 서로 비난하는 걸로 재미, 여기서 웃어라라고 하고, 비난하거나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포인트로 삼거나 할 때 웃음소리 효과음으로 넣고 이러면 그게 웃음도 학습되잖아요. 이게 재미있는 거구나 하다 보니까 자기들 사이에서도 어떤 콩트처럼 오가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죠.

    (왼쪽부터)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이혜정 연구위원, 초등성평등연구회의 이신애 교사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아니 그러니까 서로 한다는 거잖아요. 하면서는 그걸 재미로 한다는 거 아니에요?

    ◆ 이혜정> 장난으로, 재미로.

    ◇ 정관용> 그러면 당하는 사람도 재미로 당해야죠. 아니라는 거 아니에요, 심층조사를 해 보면. 당하는 사람들은 싫어하는데 서로 가해를 한다는 거 아니에요.

    ◆ 이혜정> 그렇죠. 그런데 서로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큰 흐름 속에서는.

    ◇ 정관용> 주로 하는 학생들이 있겠죠?

    ◆ 이혜정> 주로 하는 학생들이 있고.

    ◇ 정관용> 주로 당하는 학생들이 있고.

    ◆ 이혜정> 맞습니다. 그것도 나눠져서. 그래서 그 학생들 따로 집단면담하기도 했었고요.

    ◇ 정관용> 본인들은 그걸 알아요? 나는 주로 당하는 쪽이다 이런 걸 알아요?

    ◆ 이혜정> 외모 때문에 혐오 표현을 많이 듣는 여학생들은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제 체격이 좀 큰.

    ◇ 정관용> 그러나 그걸 저항하지 못하고.

    ◆ 이혜정> 자기들끼리는 모여서 기분 나빴고 그렇게 말하는 남학생들이 나쁘고 이런 얘기들을 하지만 학급의 질서 안에서 문제제기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어요.

    ◇ 정관용> 그리고 사실 벌써 꽤 오래전부터 중학교 학생들 정도, 자기들끼리 길거리를 걸어다니면서도 우리로 봐서는 욕설을 이들은 그냥 접두사, 접미사처럼 계속 사용하는 걸 저희가 많이 경험했잖아요, 어른들이. 그것도 여전하던가요?

    ◆ 이혜정> 저희가 연구하면서 욕을 많이 들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이신애> 어떤 동물의 이름이 붙는다든가.

    ◇ 정관용> 불쌍한 강아지 얘기죠?

    ◆ 이혜정>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계속 접두사, 접미사처럼 무슨 욕을 붙여가면서 하는 건 여전하더라. 그런데 그런 용어를 사용하면서 또 특정 누군가의 무엇인가를 비판하고 지적하는 혐오 표현을 쓰더라. 별 문제의식 없이.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이런 현상을 보고서.

    ◆ 이신애> 그런데 이런 부분이 굉장히 예전부터 있었는데 지금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이런 저희처럼, 스피커를 쥐고 있는 언론은 교사나 어른들이 영역을 가지고 있는데 교사나 이런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언행을 목격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진 거거든요. 예전에는 학생들은 학생들끼리 놀이터나 학교 쉬는 시간 교실 뒤편에서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면 이제는 뉴미디어가 굉장히 발달했고 어른들과 어린이, 청소년들이 한데 몰려서 게임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목격할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났기 때문에 마치 이제 와서 굉장히 심각해졌다는 식으로 보는 건 좀..

    물론 뉴미디어 발달로 더 다채로운 혐오 표현이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맞는데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약자에 대한 혐오가 유구하게 이어져왔기 때문에 이게 지금 배양이 될 수 있었던 게 과거에서부터 이어져왔기 때문에 생긴 것이지 요즘 학생들이 유독 되바라지고 이상한 애들이라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우리 성인들, 사회에 있는 기존 구조가 너무 공고하게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고.

    ◇ 정관용> 아니, 기존 구조까지 갈 게 아니라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 내에 여혐, 남혐 이런 게 잘 안 드러나다가 확 드러난 건 사실이잖아요.

    ◆ 이혜정> 그래서 쉽게 말하는 게 뉴미디어 영향력 얘기 많이 하는 거예요. 유튜브나 아프리카TV 이런 걸 보면서 학생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학습한다는 측면도 분명히 있는 건 사실이고 왜냐하면 학생들이 많이 보기 때문에. 저희 연구진에서 그런 얘기 많이 했는데 사실은 이 사회 전체가 되게 커다란 학교인 거예요. 여자를 어떻게 봐야 되는지. 여성한테 뭐가 중요한 건지 그리고 여성한테 어떻게 해도 되는지. 그게 그냥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비하하고 혐오하고 이런 것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그게 이제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 정관용> 그걸 따라하면서 서로 또 재미있어하고.

    ◆ 이혜정> 그게 이제 학생들 안의 문화로 자리 잡은 또래 문화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저희는 봅니다.

    ◇ 정관용> 특히 불량식품일수록 먹고 싶어지잖아요.

    ◆ 이신애> 재미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 TV 화면이 됐건 SNS 상의 어떤 동영상이 됐건 참 자극적이고 불량적인 것일수록 더 빨리 배우려고 하죠.

    ◆ 이혜정> 그렇죠. 청소년들은 금기를 넘으려고 하는 반학교문화가 또 있으니까.

    ◇ 정관용> 그럼 제목이 딱 맞네요. 혐오, 교실에 들어오다.

    ◆ 이혜정> 저희는 그렇게 봤습니다.

    ◇ 정관용> 사회 전체에 혐오가 널려 있으니 교실에 안 들어갈 수가 없더라, 이거군요.

    ◆ 이혜정> 그러니까 학교 안에 혐오가 있다 없다, 얼마나 심각한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 정관용> 들어가더라?

    ◆ 이혜정> 뭐가 학생들을 이렇게 만들고 있는지.

    ◇ 정관용> 들어가더라. 분명히.

    ◆ 이혜정>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이혜정>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방법이 없네요.

    ◆ 이혜정> 중요하죠. 그리고 저희 여러 군데 가서 얘기 많이 했는데 차별금지법 제정이 돼야 되고요. 그러니까 이게 규제가 전부는 아니지만, 규제는 필요하고 만일에 그 규제가 있다면 학생들이 쓰는 낱개의 말들을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고 공적인 공간에서 소수자를 차별하는 행위나 언어는 하면 안 된다라는 게 굉장히 강력하고 분명하게 원칙으로 이렇게 세워져야 되고 거기에 가장 효과적인 게 사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있어야 되고.

    학교민주주의도 되게 중요하고요. 내 문제를 문제제기했을 때 이것이 건강하게 다루어지고 학교 전체 질서가 바뀌는 경험을 학생들이 해야지만 문제제기도 하고 바뀌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 이신애> 또 페미니즘 교육도 필요하죠. 그런데 학교민주주의 얘기하면 이게 또 꼭 교사 위주로 돌아가게 되는, 그러니까 학교 민주주의인데 발언권은 교육 과정 만드는 교사에게 있고 그러다 보니 사실상 그러니까 나 정도면 아주 학생들 생각하는 민주적인 교사지 하는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되레 학생들을 계도해야 될 어떤 미숙한 존재 취급하는. 그런데 사실.

    ◇ 정관용> 교사분들에 대한 이런 차원의 교육도 필요한 거예요.

    ◆ 이혜정> 그렇죠. 되게 중요하죠.

    ◆ 이신애> 꼭 있어야 되는데 제가 교대 재학 시절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이제 만들려는 학교들이 있고 그런 상황이고. 그런데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복합적으로 같이 돌아가야 하는데 교과서만 하더라도 이게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생기면서 굉장히 많이 나아졌거든요. 약자나 소수자나 장애인 같은 그런 사회 집단이 일상적으로 가시화되는 것을 교과서가 지금 하고 있거든요. 아무 맥락도 없이 그냥 교실에서 토론하고 있는 상황인데 장애인 학생이나 다문화 학생이 들어와 있어요, 삽화에. 딱히 다문화나 장애를 가르치는 단원이 아닌데. 일상 속에서 소수자나 약자를 목격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게 모니터링 시스템이 생기면서 보완이 되었거든요. 제 생각에는 교사도 이런 모니터링 시스템이 생기고 체계적으로 교육이 생기면 빠르게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게 더 중요하죠. 가질 수 있도록 학교 구성원 전체가 지금 일단 환기를 하고, 의식 환기를 하고 교사에 대한 사전 교육 필요하고 학생들과 함께하는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고 그건 일방적으로 계도가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가 또래 집단 간에 갈등을 스스로 중재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이런 식의 교육이 돼야 되지 않겠어요?

    ◆ 이신애> 그러니까 혐오 표현을 반대하는 입장이 문화적인 권력을 쥐어야 되거든요.

    ◇ 정관용> 당연하죠.

    ◆ 이신애> 그런데 지금은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측이 쿨하고 재미있고 유쾌하고 어떤 기득권적인 매력이 있어 보이는 그런 권력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안 꺾이는 거지, 교실에서 누가 포인트를 잡느냐에 따라서 확 바뀌기도 하거든요. 이거 좀 발언권이 있는 친구들이나 아니면 평등한 관계의 학급이거나 하는 경우에 뭔가 이건 좀 아니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조금만 생기면 금세 또 판이 뒤집히거든요.

    ◇ 정관용> 그렇게 뒤집힌 사례도 보셨어요?

    ◆ 이신애> 저희 교실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와서 선생님 이제 안 될 것 같은데, 우리 반 규칙을 만듭시다 하는 걸 봤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바뀌는 것도 해야 되지만 학생들은 또 빨리 배우니까 조금만 문제의식을 갖고 우리가 개입해서 함께 변화를 주면 달라지더라.

    ◆ 이신애> 성인보다 낫습니다. 바뀔 준비가 돼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 이혜정> 저희 책에 되게 구체적인 학급차원 대책들도 있어요. 그래서 책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겠죠.

    ◇ 정관용> 혐오 교실에 들어오다. 이제 쫓아냅시다. 경기도 교육연구원의 이혜정 연구위원 그리고 초등성평등연구회 이신애 선생님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 이혜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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