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개월여 만에 3000선 아래로 내려간 5일 오전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코스피가 해외 발 동시다발적인 악재 등으로 무너지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5일 6개월여 만에 3000선 밑으로 주저앉은 코스피는 하루만인 6일에도 급락세로 마감하며 2900선까지 위협받게 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3.86포인트(1.82%) 급락한 2908.31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올해 최저였던 1월 4일(2944.45)보다 낮은 연중 최저점이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찾아온다더니 트리플 악재 등이 겹치면서 코스피를 끌어내리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난항, 중국의 부동산 위기까지 악재들이 얽히고설킨 형국이다. 여기에 국내시장의 경우 강력한 가계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상승 동력보다는 추가 하락 우려가 더 크다. '심리적 지지선'인 3000선이 무너진 마당에 2800선 아래까지 밀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전력난 속 석탄 비축분 바닥난 중국. 연합뉴스가장 큰 악재는 전 세계적인 공급난과 원자재 가격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전력난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최근 "코로나19 대유행과 이에 따른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미국 연준이 돈줄을 죄기 위한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에 나서면서 금리 인상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자금을 빌려 활동을 하는 대다수 기업들에게는 당연히 좋을 게 없어 주식 시장은 늘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발언하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 연합뉴스여기에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 발 지급불능(디폴트) 우려까지 나오고 있으니 증시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부채 한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협상이 공화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으면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 재무부는 부채 한도 상향이나 유예 시한을 오는 18일로 못 박고 있는데 이를 넘길 경우 사상 초유의 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급불능 사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지만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선 부채 규모가 360조 원이 넘는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는 등 파산을 앞두고 있어 이로 인한 부동산 거품 붕괴 파장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 파산으로 자국 금융시장의 근간이 흔들리게 가만 놔두지는 않으리라고 예상되지만 당분간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박종민 기자'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기던 3000선이 무너지면서 '동학개미'들의 불안감은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곤두박질쳤던 주식 시장이 점차 회복하면서 이른바 영혼까지 탈탈 털어 '빚투'에 뛰어든 경우라면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다.
그동안 시장 안팎에서는 '코스피 사상 최고치 돌파' '10만 삼성전자' 등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올 2분기 시작된 조정장이 8월 들어 본격화하면서 3분기 내내 주가를 끌어내리더니 급기야 연말까지 불안한 조정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 상황이 갈수록 심상치 않다며 금융위기나 경제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처럼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는 없으나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