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 윤창원 기자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정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12일 청와대는 따로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다. 자칫 검수완박의 이슈에 청와대가 발을 담글 경우에 당 안팎에서 오해를 살 수 있기에 메시지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날 당 내부에서조차 추진 시기와 방식 등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일었던 만큼, 당과 국회의 시간으로 보고 개입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입장을 가질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러 경우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국무회의 때 공포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기에 추후 청와대에 공이 넘어올 가능성도 있다.
이날 의총에서는 4월 국회 강행 처리에 대한 찬반 토론이 일었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 임기내 강행처리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4월 내 국회 법제사법위와 국회 본회의 통과에 이어 5월 3일 마지막 국무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이 공포하는 촘촘한 스케줄을 짠 셈이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도 벌써부터 쟁점이 되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 저지에 앞장서고 있는 김오수 검찰총장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문 대통령을 만나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을 불과 며칠 앞두고 문 대통령이 큰 정치적 짐을 지게 되는 상황에 대해 청와대 일각에서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극히 예외적일 때에만 행사되는 만큼, 문 대통령에게 압박이 생기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불편해하는 기색도 감지된다.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8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질서있는 개혁'을 주문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입법의 영역이지만, 입법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절차에 따라 질서있게, 또 이미 이뤄진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하면서 책임있는 논의를 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의견수렴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라는 점과 당시는 검수완박 움직임에 반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물러난 직후였다는 점 등에서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문 대통령의 '질서있는 개혁'을 바라는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당의 법안 추진 과정에서 벌어지는 논의를 지켜보면서 차차 입장을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론이 정해졌다고 해도 청와대는 국민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일단은 신중한 자세 속에서 여론을 살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