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연합뉴스"내 제자 김단비가 최고의 제자였다는 말을 할 수 있게…."
김단비(우리은행)은 늘 WKBL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상과 인연이 없었다. 신한은행의 전성기 때는 늘 언니들이 상을 가져갔다. 이후 홀로 남아 신한은행의 독보적인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탓이다.
하지만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전격 이적하면서 진짜 최고가 됐다. 이적 첫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거머쥐었고, 2023-2024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MVP로 뽑혔다.
그리고 우리은행에서의 세 번째 시즌.
우리은행을 우승 후보로 꼽는 전문가는 없었다. 박지현이 해외로 향했고, 박혜진(BNK 썸)과 최이샘(신한은행), 나윤정(KB스타즈)은 FA 자격을 얻은 뒤 이적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통산 15번째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 중심에는 김단비가 있었다. 평균 21.1점 10.9리바운드 3.6어시스트 2.1스틸 1.5블록.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는 등 공수 겸장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리고 116표의 표는 모두 김단비(우리은행)에게로 향했다. 만장일치 MVP였다.
김단비는 24일 시상식에서 MVP를 거머쥔 뒤 "우리은행이 많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다. 아산체육관을 가득 메워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너무 힘들었는데 응원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년 전 그토록 기다렸던 첫 MVP를 받았다. 겉으로는 자신감이 넘치는 듯 말했지만, 속으로는 고민도 많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 수상 후에도 마찬가지. 그럴 때마다 위성우 감독은 김단비에게 힘이 됐다.
김단비는 "MVP를 받고 새 시즌을 시작할 때 말로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속으로는 많이 힘들었다. MVP다운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 또 한 경기만 못해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 은퇴할까 고민도 했다"면서 "2년 정도 했는데 그걸 10년 넘게 하신 분이 있다. 위성우 감독님이 왕관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공부하는지 옆에서 보고 배웠기에 압박의 시간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은 김단비가 프로로 데뷔할 때 신한은행의 코치였다. 2012년 4월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으면서 헤어졌고, 2022년 5월 10년 만에 재회했다.
김단비에게는 특별한 존재다.
김단비는 "최고의 목표는 감독님의 최고 작품이 되고 싶다. 감독님이 나중에 내 제자 김단비가 최고의 제자였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앞으로 내려갈 시간만 남았지만, 최대한 천천히 내려가겠다. 올라갈 수 있다면 더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여기까지 올려주셔서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는 "위성우 감독님은 내 농구를 만들어주신 분"이라면서도 "제2의 아버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화를 내신다. 아버지도 나에게 그렇게 화를 내지 않는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김단비의 눈은 다시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향했다. 우리은행 이적 후 세 시즌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겠다는 각오다.
김단비는 "플레이오프에서도 MVP다운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영혼을 갈아넣겠다"면서 "플레이오프 경험이 많은 선수가 없어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했으니 강팀의 선수라는 자부심으로 플레이오프에 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