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0년만에 첫 여성, 첫 동양인 지휘자
- 1월 중순 내한공연 앞두고 맹연습
- 장난꾸러기 소년들과 고되도 행복해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보미 (빈소년 합창단 최초 여성지휘자)
이 목소리 참 천사같죠. '빈소년합창단' 하면 아마 모르시는 분이 없을 겁니다. 세계 최고의 소년합창단이죠. 하지만 김보미라는 이름은 아직 낯선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이 이름을 꼭 좀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빈소년 합창단이 520년 됐는데요. 최초의 동양인이자 최초의 여성 지휘자입니다. 지난 2012년 9월 합창단을 맡게 됐을 때 세계적인 화제였죠. 그런데 계속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다가 이번에 합창단을 이끌고 고국, 한국을 방문합니다. 화제의 인터뷰에서 놓칠 수가 없네요. 빈소년합창단의 최초의 동양인이자 여성지휘자 김보미 씨 직접 연결 해보겠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일단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김보미> 네,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요.
◇ 김현정> 한국에는 언제 오세요?
◆ 김보미> 저희가 14일 출발해요. 그래서 15일 도착 예정이에요.
◇ 김현정> 이번에 방문하는 느낌은 여느때와는 많이 다르실 것 같아요. 빈소년합창단 아이들 이끌고...
◆ 김보미>그럼요. 저희 빈소년합창단이 전세계적으로 1년에 300회가 넘는 공연을 해요. 그런데 이번 한국 방문은 정말 너무나도 가슴이 설레고 너무나도 기쁘고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무대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하고 있는데요. 부담도 좀 되고. 지금 욕심을 많이 내고 있는 중입니다. 좋은 공연 보여드려야죠.
◇ 김현정> 기대를 하겠습니다. 사실은 2012년 9월에 빈소년합창단의 첫 여성 지휘자, 첫 동양인 지휘자가 됐을 때 굉장히 화제가 됐었고요. 그리고는 벌써 1년이 훌쩍 넘어갔는데 이제 어떻게 좀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까?
◆ 김보미> 요즘에 와서 드는 생각인데요, 1년이 지나고 나서. 그때보다는 지금이 아이들과 호흡이 좀 더 잘 맞는 것 같다, 이 생각이 매일매일 들어요. 그런 걸 생각해보면 작년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그러면서 한편 드는 생각은 내년 이맘때는 지금보다 더 좋아지겠지 이런 희망이 생기고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고요.
◇ 김현정> 그런데 힘들었던 적은 솔직히 없으세요? 왜냐하면 520년 빈소년합창단 역사 가운데 첫 여성, 첫 동양인.
◆ 김보미> 그런 부분을 직접 여쭤보신다면 저는 오히려 그게 조금 더 장점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왜냐하면 제가 들어갔는데 다 남자분들이시더라고요. 다 빈소년합창단 출신이시고 다 그러세요.
빈 소년합창단(자료사진)
◇ 김현정> 일단 소년합창단은 소년이니까 남자아이들일 거고...
◆ 김보미> 예, 그리고 행정 하시는 분들...그런 비서 하시는 분들. 저희 시스템이 워낙 크다 보니까 운영팀이 또 많아요. 그래서 제가 가고 나서 비서도 여자로 바뀌었고요. 여자를 요즘에는 뽑으려고 하는 추세예요. 그런거 보면 제가 조금 좋은 작용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하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도대체 520년이나 된 합창단에 왜 그동안은 단 한 번도 여성 지휘자도 없었고 동양인 지휘자도 한 번도 없었나요?
◆ 김보미> 거기에는 제가 그전에는 몰랐는데 바깥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서 일을 해 보니까 그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빈소년합창단원으로 활동하는 남자아이들이 10살부터 13살까지 100명의 친구들이 있는데요. 그 친구들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하는 거거든요. 공부도 같이 하고 기숙생활도 같이 해서 한가족 같은 그런 단체거든요.
◇ 김현정> 아예 먹고 자고를 같이 하는 거예요?
◆ 김보미>같이 해요. 그래서 이 시스템에 있어본 사람이 이 시스템의 체계를 잘 알아서 여기서 일을 하기가 쉬워요.
◇ 김현정> 빈소년합창단 출신이 그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러니까 이끌기도 좋겠구나, 해서 계속 그 출신 남성지휘자들이. . .
◆ 김보미> 그렇게 되는 거예요. 만약에 지휘자가 공석이 됐다고 통보가 되면 빈소년 합창단 출신의 남자들이 많이 지원을 해요.
◇ 김현정> 그러면 김보미 씨는 대체 뭘 보고 뽑은 건가요? 도대체 뭐가 월등히 나았길래 520년의 역사를 누르고 되신 겁니까? (웃음)
◆ 김보미> (웃음) 제가 너무 제 얘기하는 것 같아서 쑥스럽기는 한데요... 대답을 하자면, 저는 일단 노래 부르고 피아노 치고 지휘하는 그 세 가지를 잘하고 좋아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과 함께하는 일을 좋아하고요. 그래서 자리가 공석이 났을 때 저를 유심히 지켜봐주시던 교수님께서. 덧붙이자면 그 교수님도 빈소년합창단 출신이세요. 그 교수님이 "보미야, 자리가 났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너의 성격이나 네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주 자리에 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번 가서 감독, 프레지던트를 한번 만나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저한테 제안을 하셨었어요.
◇ 김현정> 그때가 김보미 씨가 빈국립음대에서 박사학위를 공부하고 있을 때. 그때 교수님의 추천으로 넣어봤는데 덜컥 되신 거예요.
◆ 김보미> 그런데 처음에 갔을 때도 제가 대놓고 그 감독에게 물어봤어요. '만약 내가 돼서 너희 비즈니스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거라면 아예 나는 오디션에 응하지 않겠다' 그 답을 확실하게 저한테 해줬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너의 실력만 인정된다면 얼굴 색이나 성별은 전혀 머리에 담아두지 않고 그런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 먼저 말씀을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디션을 봤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김 선생님, 이게 좀 실례인 줄은 압니다마는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결혼은 하셨어요?
◆ 김보미> 아니요, 아직 미혼입니다.
(자료사진=KBS1 글로벌 성공시대 캡처)
◇ 김현정> 30대 중반의 미혼여성이 한창 짓궂은 나이의 소년들을 그것도 수십명 이끈다는 게.... 맨 처음 하겠습니다 할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 김보미> 그래요, 맞아요. 정확히 잘 말씀하셨어요. 제가 그전에 그 일에 몸을 담고 있지 않을 때는 얼마나 천사 같을까. 딱 우리나라는 그 이미지가 있잖아요. 빈소년합창단의 천사 이미지. 그래서 첫 날 갔는데 아이들은 아이들이더라고요(웃음). 얼마나 장난도 많이 하고..... 그래서 연습할 때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가 되고요.
◇ 김현정> 개구쟁이들이 분명히 있는 거예요. 빈소년합창단 천사들인데도....
◆ 김보미> 그럼요. 무대에 올라가서는 아이들이 프로정신이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그렇게 교육을 많이 시켜요. 그런데 학교에서 연습하거나 같이 운동하거나 이럴 때는 영락없는 사내아이들이죠. 우리나라로 말하면 초등학교 5, 6학년, 중학교 1학년 딱 그 나이거든요. 한창 사춘기가 막 시작되려고 하고 한참 장난끼가 뭔가 알고 장난을 시작할 딱 그 나이거든요. 말도, 의견도 굉장히 분명하고요.
◇ 김현정> 그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세요. 개구쟁이들을 다루는 비결이 따로 있습니까?
◆ 김보미> 가장 중요한 건 음악으로 아이들을 제압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음악이 좋아서 오는 아이들이에요. 외국에서 오는 아이들도 많이 있고요. 오스트리아에서 오는 친구들도 엄마랑 떨어져서 기숙생활을 하면서까지 음악이 좋아서 오는 아이들이거든요.
◇ 김현정>그 정도 각오가 된 아이들....
◆ 김보미> 노래가 좋고, 음악이 위에 있어야 돼요. 음악으로 아이들을 제압해야 하고 공정하고 관심을 가지는 그 두 가지예요. 모든 아이들을 항상 공평하게, 공정하게 하고. 그다음에 제일 중요한 건 관심.
◇ 김현정> 관심과 사랑. 어떻게 보면 엄마신 거잖아요, 그 아이들 하나하나의?
◆ 김보미> 네, 맞아요. 10살 아이들은 진짜 아기들 같아요, 정말. 콧물 흘리고 손톱 정리도 안 해서 손톱 깎으라고 돌려보내기도 하고.
◇ 김현정> 천사들이 콧물도 흘리고 손톱에 때도 끼고 그래요(웃음)?
◆ 김보미> 그럼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아이들을 음악으로, 사랑으로 이끌고 있는 김보미 지휘자님. 성공적으로 여성이자 동양인이 빈소년합창단에 자리를 잡은 겁니다. 세계적으로 박수를 받고 계신데. 올해 개인적인 꿈, 올해도 마침 새해 첫날이거든요. 목표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