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차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한국 동계스포츠는 이미 세계 정상급 빙상을 비롯해 최근 썰매 종목의 선전으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세계와 격차가 컸던 동계스포츠의 중심 설상 종목도 자국 올림픽을 앞두고 비상을 꿈꾸고 있다.(자료사진=대한스키협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2년여 앞둔 대한민국 동계스포츠. 전통적 효자 종목인 빙상은 물론 불모지나 다름없던 썰매 종목이 연일 국제대회에서 낭보를 전하며 평창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빙상에서만 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은 홈에서 치르는 대회다. 성공 개최가 첫 번째 목표이나 성적도 개최국답게 어느 정도 나와야 할 상황이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등 빙상에 편중됐던 메달이 고르게 나온다면 동계 강국의 입지를 더욱 굳힐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썰매 종목의 비상은 고무적이다.
여기에 '동계스포츠의 꽃'인 설상 종목까지 가세한다면 평창의 미래는 더욱 밝아진다. 전체 올림픽 메달 98개 중 60개(2015년 5월 기준)가 걸린 설상은 동계올림픽의 육상, 수영으로 꼽힌다.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종목이다.
알파인 스키 · 크로스컨트리 스키 · 프리스타일 스키 · 스노보드 · 스키점프 ·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사격) · 노르딕 복합(스키점프+크로스컨트리)까지 종목도 많다. 빙상에 이어 썰매까지 가능성을 확인한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은 설상이다.
▲한국 썰매, 불모지를 불식시키다이번 겨울 한국 썰매의 질주는 눈부시다. '선구자'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가 길을 닦았던 봅슬레이는 아시아 최초로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원윤종(31 · 강원도청)-서영우(25 · 경기도BS경기연맹)는 23일(한국 시각)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5-2016 월드컵 5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달라진 한국 썰매' 최근 아시아 최초로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랭킹도 1위로 끌어올린 원윤종-서영우의 경기 모습(위)과 스켈레톤 월드컵에서 잇딴 메달로 세계 랭킹 2위로 올라선 윤성빈(아래 왼쪽 두 번째)의 모습.(자료사진=올댓스포츠)
스켈레톤의 신성(新星) 윤성빈(23, 한국체대)은 세계 랭킹을 2위까지 끌어올렸다.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 휘슬러에서 열린 IBSF 2015~2016 월드컵 6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 5개 대회 연속 메달의 상승세를 이었다.
이런 기세라면 2년 뒤 평창올림픽 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 2년 전 소치올림픽이 참가에 의의를 뒀던 대회라면 평창은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결전이다. 전폭적인 지원 속에 맺은 결실들이다.
밴쿠버올림픽 이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 들어선 봅슬레이 스타트 훈련장에서 선수들이 피나는 훈련으로 기량을 닦았다. 경쟁국가들의 썰매를 빌려야 했던 대표팀은 네덜란드 · 라트비아 등에서 제작한 1억 원 상당의 썰매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고, 조만간 현대자동차가 직접 제작한 썰매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스켈레톤 윤성빈도 가능성을 인정받아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매니지먼트회사인 올댓스포츠와 계약을 맺은 데 이어 KB금융그룹에서 지난해부터 후원하기로 했다. KB는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을 평창올림픽까지 국제대회 참가, 국내외 전지훈련, 외국인 전문 지도자 섭외, 장비 구매·관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와 격차' 설상, 방법은 선택과 집중
신동빈 대한스키협회장(오른쪽)이 크로스컨트리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자료사진=협회)
반면 한국 설상 종목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낭보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한국 설상은 북미와 유럽 등 천혜의 자연 조건과 넓은 저변을 갖춘 강국들과 격차가 워낙 큰 게 사실이다.
대한스키협회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 총수이자 아마추어 스키 선수 출신인 신동빈 협회장의 지원으로 여건도 많이 나아졌다. 롯데그룹은 다음 달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 50억 원을 후원한다. 협회도 국가대표 사기 진작을 위해 최고 수준을 메달 포상금을 내거는 등 적극적이다.
협회 조은상 사무국장은 "빙상은 실내 종목이라 동절기뿐만 아니라 하절기 훈련도 가능해 365일 대비를 할 수 있지만 설상은 자연과 기후 조건의 제약이 커 훈련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나 2014년 11월 신동빈 회장 취임 뒤 국외 훈련 일수가 30~50일에서 100일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강호들과 격차가 현격한 만큼 가능성 있는 전략 종목을 정해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행보가 중요하다. 조 국장은 "신 회장이 취임한 게 평창올림픽 개최를 3년 남짓 남은 시점으로 올림픽 준비가 촉박했다"면서 "스노보드와 스키 프리스타일 등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요넥스코리아와 3년 후원 계약을 맺은 스노보드 기대주 이광기(가운데)와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간판 최재우(오른쪽)의 모습.(자료사진=요넥스코리아, CJ)
스노보드 하프파이브 이광기(23 · 단국대)와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의 최재우(22 · 한국체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광기는 지난해 한국 스노보드 사상 최초로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대회 결선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 25일 FIS 월드컵 6위에 올랐다. 가능성을 확인한 이광기는 지난 연말 요넥스코리아로부터 3년 동안 후원을 받기로 했다.
소치올림픽에서 결선에 올랐던 최재우 역시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해 1월 FIS 월드컵에서 한국 스키 사상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랐다. 여기에 서지원(22)도 같은 대회 듀얼모굴에서 한국 여자 스키 선수 중 가장 높은 6위의 성적을 냈다. 서지원의 사촌 언니 서정화(26)은 현재 부상 재활 중이다.
이밖에 아이스하키처럼 '해외파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스키 강국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이중국적자인 김마그너스(18)는 한국 대표로 평창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년 연속 동계체전 4관왕에 오른 실력자다. 조 국장은 "나머지 종목도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전 종목 출전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러시아와 동유럽권 등 귀화 선수를 찾고 있다.
이미 세계 정상급인 빙상에 이어 메달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확인한 썰매. 과연 동계스포츠의 중심 설상에서도 2년 뒤 평창에서 개최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