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최형우, 삼성의 장원준이 되어줘'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나란히 2017시즌 최하위권에 머문 케이티와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내야수 황재균(왼쪽)과 포수 강민호.(사진=케이티, 삼성)
삼성과 케이티는 최근 2년 연속 KBO 리그 순위표 맨 밑에 있었다. 전통의 명문 삼성이 지난해 창단 첫 9위로 처진 데 이어 올해도 더 나은 순위로 올라가지 못했고, 막내 케이티는 3년 연속 10구단 체제의 최하위였다.
그런 두 구단이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대어급 선수들을 전격 영입하며 반전을 예고했다. 케이티는 해외파 황재균(30)이라는 거포 내야수와 4년 88억 원에 계약했고, 삼성은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32)를 4년 80억 원에 모셔와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물론 선수 1명을 데려왔다고 해서 팀 전체 전력이 단숨에 상승할 수는 없다. 객관적인 기존 전력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새 식구가 가세하면서 팀에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다. 해당 팀의 고질적인 약점을 메워준다면 '1+1=2' 이상의 효과가 날 수 있다.
최근 대어급 선수의 파급 효과를 본 구단은 두산과 KIA가 꼽힌다. 두산은 2014시즌 뒤 정상급 좌완 장원준을 4년 84억 원에 데려와 큰 성공을 누렸다. 3년 동안 41승을 거둔 장원준은 팀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두 번의 우승을 견인했다. 10승이 보증되는 좌완의 가세로 두산은 리그 최정상급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뒤 최초의 100억 원의 사나이가 된 최형우도 KIA 전력의 화룡점정이 됐다. 타선의 구심점이 될 특급 해결사가 없었던 KIA는 25홈런, 100타점 이상을 올려줄 최형우의 가세로 역대 최강의 타선을 구축했다. 물론 새 외인 로저 버나디나와 활약과 이적생 이명기의 합류도 있었지만 120타점을 쓸어담은 최형우가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우승이었다.
성공적인 FA 사례로 꼽히는 두산 좌완 장원준(왼쪽)과 올해 KIA의 우승을 이끈 최형우.(사진=두산, KIA)
삼성과 케이티는 강민호와 황재균의 가세로 앞선 두 구단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단숨에 우승을 노리지는 않지만 적어도 최하위권 탈출이라는 목표 설정은 충분히 바라볼 만하다.
먼저 케이티는 황재균 영입으로 타선 강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케이티는 팀 타율 2할7푼5리와 홈런 119개로 모두 9위였다. 득점은 655개(평균 4.55점)으로 꼴찌였다. 팀 평균자책점(ERA) 역시 9위(5.75)였지만 워낙 답답한 타선 지원에 마운드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가 ERA 1위(3.04)였지만 다승은 24위(8승10패)에 머무른 게 대표적이다.
이런 케이티에 황재균이 가세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황재균은 지난해 롯데에서 타율 3할3푼5리 27홈런 113타점을 올렸다. 2015년에도 26홈런 97타점을 기록했다. 최형우처럼 묵직한 역할을 해준다면 기존 윤석민과 멜 로하스 주니어, 유한준 등과 여느 팀 못지 않은 중심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삼성은 베테랑 포수 강민호의 가세로 마운드 안정을 노린다. KBO 리그 14시즌에 베이징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강민호는 삼성의 젊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삼성이 강민호 영입에 공을 들인 이유다.
올해 삼성은 케이티보다 높은 ERA(5.88)로 꼴찌였다. 올해 삼성의 팀 득점은 6위(757개, 평균 5.26점)였다. 타선은 그럭저럭 해줬지만 마운드가 문제였다. 올해 팀 ERA 3위(4.56)에 오른 롯데 마운드를 이끈 강민호가 삼성의 약점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물론 FA가 합류한다고 모두 팀이 반등할 수는 없다. 한화는 최근 수년 동안 대형 FA들을 비싼 값에 들여왔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구단이 투자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선수단에 주는 영향은 작지 않다. 과연 지갑을 연 삼성과 케이티가 내년 시즌 순위표 맨 아래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