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안나경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보다 앞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물 거래의 중심 역할을 했던 '웰컴투비디오' 창설자 손정우가 오는 27일 출소한다. 손씨 출소 전까지 미국 송환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이후 법적으로 손씨를 관리할 특별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14일 법무부 관계자는 "국제형사과에서 손씨 출소 전 미국 강제 송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송환 전 출소하게 될 경우 대책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웰컴투비디오는 2018년 적발 당시 이용자만 128만명에 달한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이성복 부장판사)는 "피고인(손정우)은 처음부터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취급하는 것이 성인음란물보다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이 사이트를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웰컴투비디오는 일반적인 웹 브라우저로는 접근이 불가능하고 IP 추적도 어려운 이른바 '다크웹' 환경에서만 접속할 수 있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생후 6개월된 신생아를 상대로 한 성착취 영상을 포함해 유아·아동 등을 성적으로 착취한 각종 자료 25만여건이 유통됐다.
손씨는 1심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지만 2심에서 1년 6개월로 감형되는 대신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손씨에게 적용된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음란물제작·배포) 위반은 '성폭력 범죄'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나 신상공개 명령이 부가되지 못했다.
이에 손씨가 오는 27일 출소할 경우 손씨의 도주를 막거나 행동반경을 감시할 어떠한 법적·공적 장치도 없는 상황이다.
손씨가 운영한 '웰컴투비디오' 사이트 접속화면. (사진=경찰청 제공)
이에 법무부가 당장 외교적 문제로 손씨의 미국 송환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여죄 수사로 손씨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 신병을 관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씨를 미국에 송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지난달 22일 마감일까지 22만명이 서명한 상태라 정부도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하는 상황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손씨의 경우 미국에서 적용하고자 하는 범죄 혐의가 다양해 이중기소 문제는 없지만 내국인을 송환하는 결정 자체를 쉽게 내릴 수는 없다"며 "손씨 처벌 당시 '솜방망이'라는 지적도 컸던 만큼 여죄 수사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웰컴투비디오의 '변종' 형태인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은 지난 9일 강화된 '성착취 영상물 사범 사건처리기준'을 시행했다. 만약 손씨가 해당 기준의 적용을 받았다면 '아동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다수에게 유포한 사범'으로 분류돼 최소 징역 10년 이상 구형 대상이다.
한국 경찰청과 미국 연방검찰청·국세청 등은 지난해 10월 웰컴투비디오에 대한 국제공조 수사를 벌인 끝에 32개국에서 이용자 310명을 검거했다. 미국 연방 대배심은 손씨에 대해 아동음란물 광고, 배포, 자금 세탁 등 9건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송환을 공식 요청했다.
손씨는 국내에서 아동·청소년음란물 제작·유포죄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죄로 만 재판을 받았을 뿐, 미성년자 성적 묘사 생산이나 자금세탁 등 미국 검찰이 적용한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