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정 강영미 송세라 이혜인 선수가 27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여자 에페 단체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게 패배한 후 은메달을 확정한 뒤 피스트 위에 포옹을 하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펜싱 여자 에페가 도쿄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9년 전 런던 대회에 이어 9년 만에 다시 올림픽 은메달을 수확했다.
최인정(계룡시청), 강영미(광주광역시 서구청), 송세라(부산광역시청)에 후보 선수 이혜인(강원도청)이 나선 대표팀은 27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로 석패했다. 종목 사상 최초의 금메달은 무산됐다.
하지만 여자 에페는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9년 만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되찾았다. 당시 신아람이 개인전 준결승에서 이른바 '멈춰버린 1초' 오심으로 억울하게 메달이 무산됐지만 단체전 은메달로 아쉬움을 털어낸 바 있다.
특히 에이스 최인정은 당시 런던 은메달 멤버였다. 9년이 지나 최인정은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다시 메달리스트가 됐다.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넘어서며 금메달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세계 랭킹 1위 중국을 38 대 29로 누르며 런던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결승전 패배의 아픔을 시원하게 설욕했다.
개인전의 아쉬움도 털었다. 이번 대회 세계 랭킹 2위 최인정을 비롯해 맏언니 강영미까지 첫 경기인 32강전에서 덜미를 잡혔다. 유일하게 16강에 오른 송세라마저 세계 랭킹 1위인 아나 마리아 포페스쿠(루마니아)에 잡혔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절치부심 단체전을 노렸고 금빛은 아니었지만 메달을 수확하며 위안을 삼았다.
대표팀은 첫 주자 최인정이 1라운드에서 율리아 벨야예바에 2 대 4로 뒤지며 살짝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맏언니 강영미가 상대 최장신 카트리나 레히스에 5 대 3으로 앞서 7 대 7 동점을 만들며 포효했다. 기세가 오른 대표팀은 송세라가 에리카 키르푸를 사정권으로 유도해 영리하게 찌르며 13 대 11로 2점 리드를 잡았다.
상대 에이스 벨야예바가 4라운드에서 강영미에 2점을 뺏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강영미도 다시 과감한 공격으로 2점 리드를 지켜내며 다시 포효했다. 최인정이 5라운드에서 다시 키르푸에 2점 차 열세에 놓이기도 했지만 막판 1점을 만회하며 19 대 18, 1점 차 우세를 사수했다. 송세라도 레히스와 3 대 3으로 맞서 22 대 21, 불안한 리드가 이어졌다.
7라운드는 교체 선수가 맞붙는데 이혜인이 41살의 노장 이리나 엠브리치에 1점을 더 내줘 24 대 24가 됐다. 8라운드에서도 송세라가 벨야예바와 일진일퇴 공방을 벌이며 승부는 최종 9라운드로 흘렀다. 그러나 믿었던 최인정이 레히스에 잇따라 실점하면서 분위기가 넘어갔다. 최인정은 막판 분전했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