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1형(체계개발) 사업에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됐던 A사 총기. 자료사진우리 군 특수부대가 쓸 5.56㎜ 기관단총을 개발하는 사업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다.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 임원과 대표 등이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후 관련 계약이 백지화됐다.
31일 군 당국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전날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1형(체계개발) 사업 계약을 맺었던 A업체를 대상으로 계약 해제를 통지했다. 지난 6월 18일 사업을 잠정 중단한 지 약 6개월만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소요군(육군 특수전사령부) 등 관련기관과 협조하여 사업 재추진 관련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사업 추진 방법에는 국내 체계개발(국내 업체와 방위사업청이 함께 무기를 개발), 국내구매(국산 기성품을 그대로 구입), 해외구매(외국산 기성품을 그대로 구입) 등이 있다. 방사청은 이미 국내구매로 진행되고 있는 2형 사업과의 연관성 등을 감안해 1형 사업을 어떤 방법으로 진행할지를 원점에서 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군 특수부대에서 쓰이는 오래된 K1A 기관단총을 국내에서 개발하는 방법으로 1만 5천 정 정도 도입해 교체하기 위한 사업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20년 6월 A사를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했고, 그해 11월 정식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K1A 기관단총을 든 특전사 대원. 군 당국은 이 총을 바꾸기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을 시작했다. 국방부 제공
그런데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군사기밀 유출 관련 신고를 받고 같은 해 7월 회사를 압수수색해 다수의 군사기밀을 찾아냈다. 수사 결과 A사 대표 김씨 등은 육군 중령 출신이자 A사 영업 담당 이사인 송모씨로부터 5.56㎜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5.56㎜ 차기 경기관총(K15), 신형 7.62㎜ 기관총(K16), 12.7㎜ 저격소총 사업 등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제공받았으며, 그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업체에 취업시켜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안보지원사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국방부 검찰단과 전주지검은 올해 봄 송씨와 대표 김씨 등 5명에게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국방부 검찰단. 연합뉴스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송씨가 군사기밀을 제공한 데 대해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또한 대표 김씨에게 징역 2년형에 집행유예 3년,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원 전모씨와 김모씨에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이모씨에게는 징역 6개월 선고를 유예했다. 이씨를 제외한 이들 모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인데, 다음달 12일 2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관련해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이 사업에 대해 "부정당업자 제재를 하되 우수한 회사를 다시 고르든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해외구매 등 모든 것을 고려해 가장 신뢰할 만한 총을 신속하게 들여오는 것이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했고,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깊게 고려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유사시 북한 또는 국내외에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원들 총기가 어떻게 도입될지 한 번 더 기로에 놓인 셈인데, 방위사업청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