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롱 피아비가 8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끝난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정상에 오른 뒤 통산 4번째 우승컵을 의미하는 손가락 4개를 펴고 기뻐하고 있다. PBA 프로당구(PBA) 남자부 최강으로 꼽히는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 올 시즌 다소 기복을 보이긴 했지만 우승 1회, 4강 3회 등의 성적을 냈고, 무엇보다 통산 최다 7회 정상 등극을 이뤘다. 역대 2위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의 3회보다 2배 이상 많은 압도적 기록이다.
그렇다면 여자부 최강은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선뜻 택하기 어렵다. 여자부 역대 다승 부문은 김가영(하나카드), 임정숙(크라운해태)이 5회로 공동 1위를 달린다. 여기에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가 4회 우승을 달성하며 1위를 바짝 추격해왔다.
하지만 스롱이 PBA에 뒤늦게 합류한 점을 감안하면 근소하게나마 여자부 최강 경쟁에서 조금 앞서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스롱은 PBA가 출범한 2019-2020시즌에는 출전하지 않았고, 다음 시즌 5차 투어에서야 합류했다. 총 17개 투어를 치르면서 4번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일궈냈다.
반면 김가영, 임정숙은 원년부터 4시즌 29개 투어를 온전히 뛰었다. 스롱과 같은 4회 우승의 이미래(TS샴푸·푸라닭)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2시즌 정도만 풀 타임을 소화한 스롱보다 12번의 투어 기회가 많았다. 또 임정숙과 이미래의 우승 중 3번은 스롱이 PBA에 합류하기 전에 달성한 것이었다.
사실 스롱은 올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우승, 하나카드 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마지막 정규 투어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며 캄보디아 특급의 귀환을 알렸다.
스롱이 7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 스롱 7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7전 8기 끝에 결승에 오른 김보미(NH농협카드)의 거센 도전을 강한 정신력과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잠재우며 자정을 넘겨 1박 2일이 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4 대 3 역전 우승을 거뒀다.
김보미의 기세는 대단했다. 4강전에서 만만찮은 상대 백민주(크라운해태)를 꺾고 8번째 준결승을 승리로 장식한 상승세가 무서웠다. 결승 1세트에서도 김보미는 11 대 4로 손쉽게 기선 제압을 이뤘다.
하지만 스롱은 흔들리지 않았다. 2세트 9이닝까지 4 대 7로 끌려갔지만 14이닝째 뱅크샷에 이은 옆돌리기 등으로 4점을 몰아치는 등 역전한 끝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도 10 대 10 동점 상황에서 김보미의 샷이 빗나가자 놓치지 않고 뒤돌리기로 세트를 따냈다. 4세트에는 초구 폭풍 7점과 2이닝 4점으로 11 대 0 경기를 만들었다.
첫 우승에 도전하는 김보미도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5, 6세트를 잇따라 따내며 승부를 마지막 7세트로 몰고 갔다. 김보미는 초구에 성공하며 기세를 잇는 듯했다.
그러나 고비에서 역시 스롱의 과감함이 빛났다. 김보미가 긴장한 듯 공타를 연발하자 스롱은 5 대 3으로 앞선 8이닝째 신기에 가까운 역회전 3뱅크샷을 성공시킨 데 이어 다음 이닝에서 1뱅크 넣어치기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승부처에서 더 놀라운 집중력과 과감한 선택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고, 반면 김보미는 이전 세트와 달리 마지막 7세트 소극적으로 스트로크하며 패배를 맛봤다.
스롱과 김보미가 8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끝난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결승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경기 후 김보미는 스롱에 대해 "역시나 상대 선수로 만났을 때 좋지 않다"고 웃으면서 "끈질기고, 탄탄하고, 상대를 숨막히게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오늘도 역시 내가 추격해서 흔들릴 법도 했는데 흔들리지 않고 잘 치더라. 정말 멋지고 대단한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4강 징크스를 깬 뒤 눈물을 쏟았던 김보미는 결승 뒤에는 담담했는데 "4강전에선 너무 기뻐서 울었다"면서 "오늘은 억울하게 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롱은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께 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독이 됐던 것 같다"면서 "헷갈린 부분이 너무 많아 스스로 엉망이 됐다"고 올 시즌 부진을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8차전 우승으로 힘들었던 모든 것이 눈 녹듯 풀렸다"고 환하게 웃었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보완하기에 성적이 따라온 것이다.
특히 스롱은 개인의 영달보다 어려운 형편의 고국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갖췄다. 스롱은 "캄보디아에 아직 일자리가 너무 많이 부족하고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환경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봉사하고,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기관을 설립해서 사람들이 직접 노력하고 꿈을 꾸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피아비 스포츠 종합센터' 건립을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제 피아비의 눈은 시즌 왕중왕전인 월드 챔피언십을 향하고 있다. 쿠드롱은 지난 시즌 왕중왕전에 올랐지만 피아비는 김가영에 무릎을 꿇었다. 진정한 최강이 되려면 등극해야 할 산이다.
피아비는 "월드 챔피언십 때 남편을 초대해 함께 트로피를 드는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면서 "부진을 털어냈고, 많이 배우며 혼란스러웠지만 대부분 정리가 됐으니 어렵고 적응하기 힘들었던 스트로크만 잘 살리면 월드챔피언십에서도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과연 피아비가 쿠드롱과 함께 PBA의 남녀 최강으로 우뚝 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