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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원고 가족들 "정부, 공탁 통한 채권 소멸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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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동원 원고 가족들 "정부, 공탁 통한 채권 소멸 그만두라"

    11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열린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고 정창희 할아버지 장남 정종건씨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종건씨, 이춘식 할아버지 자녀 이고운씨와 이창환씨. 연합뉴스11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열린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고 정창희 할아버지 장남 정종건씨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종건씨, 이춘식 할아버지 자녀 이고운씨와 이창환씨. 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 피해자들 가운데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거부하고 있는 4명의 가족들이 지난 주 시작된 공탁을 거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그전에 밝혔던 입장을 되풀이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씨와 장녀 이고운씨, 고 정창희 할아버지의 장남 정종건씨는 11일 재단법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외교부와 재단은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미 고인이 된 피해자의 경우 그 가족)에 대한 판결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하지만 광주지법과 전주지법, 수원지법 그리고 수원지법 평택지원과 안산지원 등이 잇따라 공탁 신청을 '불수리' 결정했다. 원고들이 변제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했다는 이유에서다.

    민법 469조는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며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는 불수리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공탁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의 정식 심리를 통해 수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춘식 할아버지의 딸 이고운씨는 "저희 아버지는 정부에서 공탁을 걸어놓은 것에 대해서 철저히 반대하고 계신다"며 "공탁을 절대 받지 않는다고 하시니까, 외교부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재판을 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들 이창환씨도 "국민은 국가에 의무를 다하고,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켜 주어야 한다"며 "우리 대법원에서 판결한 권리를 정부가 끝까지 보장하고 지켜주기를 강력하게 원한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열린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씨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송대리인 임재성 변호사, 강제징용 피해자 고 정창희 할아버지 장남 정종건씨, 이춘식 할아버지 자녀 이고운씨와 이창환씨,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연합뉴스11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열린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씨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송대리인 임재성 변호사, 강제징용 피해자 고 정창희 할아버지 장남 정종건씨, 이춘식 할아버지 자녀 이고운씨와 이창환씨,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연합뉴스
    고 정창희 할아버지의 아들 정종건씨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원자폭탄 피해부터 시작해 강제징용 문제까지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을 봤다"며 "아버지는 꿋꿋이 투쟁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모래성 같은 일본과의 성을 쌓는다며 징용(강제동원)인들 절규를 외면하는 정부는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정창희 할아버지는 히로시마에 강제동원됐는데, 이 때문에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 투하 당일 피폭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의 뜻은)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에게 사과와 보상을 받는 것이고 이를 이어 나가겠다"며 "(정부 제3자 변제안을) 받겠다는 사람들은 떨어져 나가고 4명이 남았는데, 4명은 절대 반대하고 있다. 아버지가 그 동안 열심히 일본과 싸워 왔는데, 자식들이 (채권을) 없애 버린다고 하면 돌아가신 분이 저승에서 통곡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재단이 공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당사자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공탁은 곧 채권 소멸을 뜻하는데, 채권자들이 이를 소멸시키지 말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교부와 재단은 공탁이 진행되면 이것이 곧 채권 소멸을 뜻한다는 대리인단 측의 입장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날 가족들은 심규선 재단 이사장과 만난 뒤 다시금 기자들과 만나 '공탁을 왜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심 이사장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리에 함께 있었던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심 이사장이 "오늘은 듣는 자리로 생각하고 항의의 뜻으로 오신 것이니, 설명하시면 듣겠다"며 가족들의 이야기에 대해 "잘 들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공탁을 더 할지, 말지, 멈출지(미래의 일)에 대해 답변이 쉽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이미 이뤄진 공탁에 대해 당사자가 와서 이유를 묻는데 소명조차 못하는 행위를 왜 하고 있나"며 "이게 지금 정부가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해 취하는 입장이고, 절차를 설명하지 않고 어떻게든 채권과 판결을 없애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3월 정부의 해법 발표 이후에 재단과 함께 약 4개월 동안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해법과 그간의 경과를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정상 판결금을 수령할 수 없는 일부 유가족과,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으신 피해자를 대상으로 공탁 절차를 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상자인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은 언제든지 판결금을 수령하실 수 있다"며 "정부는 재단과 함께 공탁 이후에도 피해자와 유가족 한 분, 한 분께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민법 469조에 규정된 제3자 변제를 둘러싼 법률적 쟁점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정부 해법을 발표하기 전에 다양한 법적 자문을 받았고, 제3자 변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며 "이와 관련된 법적 쟁점에 대해서는 추후 종합적으로 언론에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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