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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G80 급발진 소송' 소비자 패소…볼보 선고에 쏠리는 시선

법조

    [법정B컷]'G80 급발진 소송' 소비자 패소…볼보 선고에 쏠리는 시선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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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자동차 급발진 의혹'과 관련해 중요한 소송들의 결과가 줄지어 나옵니다. 대법원이 심리에 착수한 '부산 현대차 싼타페 급발진 의혹' 민사소송의 결과가 올해 나올 것으로 보이고, 어린 손자가 숨진 '강릉 쌍용차 티볼리 급발진 의혹' 민사소송 1심 선고도 상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도 급발진 의혹 소송 선고들이 차례차례 이뤄지고 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오늘 '법정B컷'은 급발진 관련 소송이 진행된 민사법정으로 가봅니다.


    현대차 'G80 급발진' 소송… 소비자 패소


    운전자 A씨는 2020년 10월, 서울 관악구에서 제네시스 G80 차량을 몰던 중 급발진이 일어났다며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냅니다. 서행하던 차량이 급가속했고 제어되지 않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입니다. 결국 앞선 차량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시내와 터널을 내달리던 그의 차량은 꽉 막힌 도로에서 버스를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습니다.

    2년 넘게 이어진 1심 손해배상 소송, 하지만 선고는 단 1분도 안 돼 끝났습니다. 결과는 이전과 다르지 않게 소비자 패소였죠.

    2023.1.23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 현대차 상대 손해배상 소송 선고中
    재판부
    "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현대차는 재판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7월, 재판 기록 등의 외부 공개를 막아달라며 '재판기록 열람제한'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죠.

    사실 G80 급발진 의혹 재판이 주목받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인정돼 소비자가 승소한, 국내 민사 소송에서 유일무이하다시피 한 사건인 '2018년 BMW 급발진 의혹' 소송의 변호인이 이번 사건을 맡았기 때문이죠. 물론 BMW 판결 역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어 소비자 승소가 확정된 상태는 아닙니다.


    '볼보 급발진 의혹' 소송도 막바지… 적극적 감정의 결과는?

    연합뉴스연합뉴스
    G80 급발진 소송 선고 일주일 전인 17일에는 '볼보 S60 급발진' 의혹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이 재판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급발진 재판과 달리 다양한 감정·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감정 절차를 밟으며 3년 가까이 진행 중인 볼보 급발진 의혹 재판도 이제는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3월 6일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선고가 유력합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첫 변론 때부터 급발진 소송은 어려운 재판이라며 양측의 적극적인 변론을 요구했죠. 증거신청, 감정 등도 최대한 다 진행한다고 일찌감치 예고했고, 그렇게 진행 중이죠.

    2022.7.6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 볼보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 기일 中
    재판부
    "사안과 내용 등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이어서 증거 조사 신청을 되도록 채택할 것이니 '채택하면 안 된다'는 식의 의견은 내지 마세요. 감정이 필요하거나, 검증이 필요하다는 등의 방향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재판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달 13일 재판에서 볼보 측은 돌연 사진 한 장을 제출합니다. 사고 차량의 변속기가 주차(P)가 아닌 주행(D)에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어느 시점에서 찍은 사진인지 알 수 없다며 추가 자료 제출을 명합니다. 운전자 측은 사고 당시가 아닌 견인 이후 찍은 사진이라며 사고 당시와 관련 없는 사진이라고 반발했죠.

    2024.1.13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 볼보 손해배상 소송 변론 中
    볼보 측 "(변속기 사진을 제출하며) 자료 제출합니다"

    재판부 "이 사진은 언제 찍은 사진이에요?"

    원고 측 "아닙니다. 저건 사고 당시, 견인 당시 사진이 아닙니다"

    재판부 "지금 피고에게 묻고 있습니다. 피고 측, 이런 식으로 내면 무엇이 사고 당시인지 헷갈려요. 사진이 언제 촬영된 것인지 확인할 자료는 없나요? 보충해서 내세요" (중략) 피고 주장은 결국 오토홀드 때문에 운전자가 착각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됩니까?"

    볼보 측 "이 사건 차량 급발진 증명이 없다는 것입니다"


    급발진이 맞음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현행법 체제. 그렇다 보니 이날도 볼보 측은 "급발진에 대한 증명이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죠.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자동차 기업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변론 전략이기도 합니다.  

    양측에 적극적인 변론을 계속해 요구하고 있는 재판부도 볼보 측의 이러한 답변에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라고 했죠.

    이에 맞서 운전자 측은 '블랙박스 음향 감정 결과'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변속기를 작동하는 소리가 음향 감정에서 전혀 잡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고 차량과 같은 모델 차량에서 변속기를 작동해 음향을 채취했고, 해당 음향이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 있는지 비교해 봤지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2023.1.13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 볼보 손해배상 소송 원고 준비서면 中
    원고 측
    "원고는 변속레버를 P에서 D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감정인의 2023년 11월 1일자 보완 감정 결과, 이 사건 자동차와 동일한 모델인 볼보 S60에서 채취한 샘플 음향과 감정인이 추가로 확인한 추가 발생 별도 음향을 가지고 변속레버를 P에서 D로 움직일 때 발생하는 음향정보의 특성을 특정한 후에 이와 같은 음향정보가 이 사건 볼보 S60 자동차에 장착된 블랙박스에 녹음된 원고가 차량에 탑승한 후 시동을 걸고 후미 보조 제동등이  점등되었다가 소등되기까지의 구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감정결과를 제출했습니다"

    감정결과 中
    '변속레버를 P에서 D로 조작 시 발생된 각 비교대상물(동일 모델차량)의 음향정보의 특성을 분석해 감정목적물(사고차량)의 해당 구간부에 비교 음향데이터군 특성과 동일성을 보유한 특정 음향의 존재여부를 관찰·대조 분석한 바, 이 사건 볼보 S60 자동차에 장착된 주감정목적물의 특정 구간부 상에서는 변속레버를 P에서 D로 조작하며 샘플링한 해당 비교 대상물의 음향데이터 발현 특성과 동일성을 보유한 음향정보가 미확인됨'

    이와 함께 운전자 측은 '볼보 S60의 제로백 테스트(100km/h까지 도달하는 가속 시험) 상황에서 발생하는 음향과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음향 사이에 유사성이 없다'는 감정 결과를 근거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죠. 결국 운전자는 정상적으로 운행했지만, 기계적 오류로 차량이 급발진 했다는 겁니다.

    특히 운전자 측은 급발진 의혹 사건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종종 증거로 제출하는 EDR(사고기록장치)에 대한 의문도 제기합니다. 사실 EDR 신뢰도에 대한 의문은 자동차 업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미 기계적으로 오류가 난 차량이라면 EDR 기록 역시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죠.


    이번 사고 차량 EDR에는 가속페달 변위량이 충돌 직전까지 일관되게 100%로 기록됐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사고 직전까지 운전자가 소위 '풀악셀'을 밟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운전자 측은 이를 반박합니다. 실제 사고 당시, 충돌 직전 차량 속도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가속페달 변위량이 꾸준히 100%로 찍힌 EDR 기록이 사실이라면 실제 차량 속도는 충돌 직전까지도 계속 올라가야 했다는 것이죠. 또 사고 현장에 과속방지턱이 3개나 있었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차가 빠른 속도로 방지턱 위를 지나간다면 운전자가 위아래로 흔들릴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운전자가 가속페달에 온전히 힘을 실을 수 없기에 가속페달 변위량이 내내 100%로 찍힌 EDR은 오류라는 겁니다.

    볼보 측은 이번 재판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반드시 브레이크등이 들어오게 된다. 스위치를 켜는 것과 같이 간단한 원리"라고 주장합니다.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고, 이는 결국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논리로 이어지죠.

    운전자 측의 주장은 아예 다릅니다. 브레이크등은 점등을 제어하는 전자식 모듈인 CEM(Central Electronic Module)까지만 연결돼 있고, 이 CEM은 자동차의 뇌라 할 수 있는 ECU(Engine Control Unit)의 명령을 받아 작동한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ECU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하면, ECU의 명령을 받는 CEM은 가속상태로 인지하고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브레이크등을 켜지 않다는 겁니다. 서로 엇갈리는 주장,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요?

    2024.1.13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 볼보 손해배상 소송 변론 中
    재판부 "(중략) 회로가 어떻게 돼있다는 것이 맞는 것인지 좀 더 보완 설명하세요. 피고"

    볼보 측 "쟁점을 법률적으로 좁혀야 하는데, (원고 측이) 꼬투리 잡기 식으로 한정 없이 하고 있고, 일일이 해서 소송이 너무 길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쟁점과 관련도 없고…"

    재판부 "피고, 하여간 답변해 보세요. 원고 측은 요약 준비서면 내주세요. 피고도 내주시고요. (중략) 다음 기일에 종결합니다"

    양측에 쟁점 정리를 요구한 재판부는 3월 6일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반기 선고가 유력한 상황에서 다양한 절차를 밟은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하나 확실해 보이는 것은 기존 급발진 재판들과 비교해서 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감정 절차가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볼보 급발진 의혹 재판 결과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민사 합의 1심 재판에 대한 항소율은 2021년 기준 43.5%에 달한다고 합니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1심 재판에 불복해 다시 소송을 낸다는 얘기인데, 그 이유 중 하나로 '증거조사 부족, 충분하지 않은 재판 심리'가 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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