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균 연금개혁 공론화위원장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숙의토론회 및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시민 대표들의 투표에 부친 국민연금 개혁안이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 강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고갈 예상시점이 앞당겨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우려를 토대로 '재정안정'에 보다 힘을 실었던 정부안(案)과는 다소 구별되는 결과다.
공론화를 위해 각계에서 무작위 추출된 약 500명 중 과반은 보험료를 더 부담하는 만큼 보장 소득도 올라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조금 더 내고, 현행 그대로 받는' 안과는 오차범위 이상의 차이가 벌어졌다.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2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론화 최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개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공론화위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은 현 40%에서 50%로 올리는 1안(보장강화안)과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현 40%를 유지하는 2안(재정안정안)을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앞으로 '얼마나 내고 받을지'는 이번 공론화의 첫 번째 의제이자,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최종 설문인 3차 조사에 참여한 492명의 시민대표단은 56.0%가 '더 많이 내고, 더 받자'는 취지의 1안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시민대표단 모집 직후와 숙의토론 직전에 이뤄진 1·2차 설문에 비해 각각 19.1%p·5.2%p씩 오른 수치다.
반면
'받는 돈'보다는 연기금 유지에 방점을 찍은 2안에는 42.6%가 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방안의 격차는 13.4%p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p)를 넘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노인빈곤율 해소를 위해 노후보장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미래세대 부담 등을 우려하며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재정안정 선호도를 앞선 것이다.
첫 번째 문항인 '선생님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다음 중 어떤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시민대표단 설문 결과. 국회 연금특위 제공정년과의 불일치로 상향 조정 필요성이 제기된
'의무가입 연령 상향'과 관련해선 시민대표단의 80.4%가 만 59세인 현재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 상한을 만 65세로 높여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지금 기준(59세)을 유지하자는 안은 17.7%만 찬성했다.
또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복수응답 가능)에 대해서는 '출산크레딧'을 첫 자녀로 확대하고 자녀당 부여기간도 2년으로 늘리자는 대안이 가장 많은 표(82.6%)를 얻었다. '크레딧'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행위(출산·입대 등)에 대해 정부가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장 인정해주는 제도다.
이어 △군복무 크레딧을 기존 6개월에서 전체 복무 기간으로 확대(57.8%) △장애인·노인 등 무급 돌봄에 대해 출산크레딧에 준하는 수준(기간)으로 크레딧 부여(23.4%) △실업크레딧 대상 및 기간 확대(20.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아우르는 큰 틀의 구조개혁은 현행 기초연금 구조(재분배 기능)를 유지하자는 쪽(52.3%)과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45.7%)이 오차범위 내 차이로 팽팽하게 맞섰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직역연금 개혁의 경우, '보험료율 인상'이 69.5%('매우 동의' 27.0%, '대체로 동의' 42.6%)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지금처럼 직역연금을 분리 운영하되 연금급여액을 일정기간 동결해야 한다는 방안은 63.3%, 연금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정부와 당사자가 참여하는 대화기구를 즉각 꾸려야 한다는 의견엔 68.3%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국민연금의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시민대표단 대부분(92.1%)이 '국가의 지급의무 법적 명시'를 꼽았다. '사전적 국고 투입'으로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의견도 80.5%가 찬성했다.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거버넌스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응답도 91.6%에 달했다.
한편, 이번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의 학습·숙의 효과를 확인하고자 구성된 '연금제도에 관한 지식 측정 문항'(10개)의 정답률은 75.6%(최종 설문 기준)로 나타났다.
1차 설문(40.4%)이나 2차 조사(61.6%) 때보다 올라간 수치로, 그만큼 "대표단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학습자료를 깊이 공부한 가운데 공정하고 민주적인 공론화"가 이뤄졌다는 방증이라고 공론화위는 평가했다.
연금특위 김상균 공론화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공론화 설문조사는 문항이 많았기 때문에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숙의 단계별 의견 변화와, 학습의 효과성 등을 포함한 상세 결과보고서를 다음 주까지 작성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이번에 도출된 설문 결과는 국회에서 그 방향성을 충분히 고려해 소득보장과 재정안정을 조화시킬 수 있는 연금개혁 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연금특위는
조만간 공론화위 최종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여야 합의안 도출에 착수할 예정이다.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내달 29일 전까지 합의안이 마련돼야 회기 내 법안 통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