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2024.8.11/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IM 황진환 기자'12·3 내란 사태'가 한국 체육계 수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까. 대한체육회 이기흥 전 회장의 3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 속에 범야권의 단일화 움직임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박창범(55) 전 대한우슈협회장은 16일 '체육계 개혁을 위한 호소문'을 배포했다. 제42대 체육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박 전 회장은 "존경하는 후보님들, 구호만을 외칠 때가 아니라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체육회장 선거에는 박 전 회장을 비롯해 강신욱(69)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태선(75) 서울시체육회장, 안상수(78) 전 인천시장, 김용주(63)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오주영(39)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이 나섰다. 이 전 회장 역시 3연임을 위한 관문을 넘어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 전 회장은 그동안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과 장외 설전을 펼쳤던 이 전 회장은 정부의 압박에도 버텨왔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3일 CBS노컷뉴스에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다른 고위직 제안을 들었고, 정부가 내정한 차기 체육회장 후보가 따로 있어 출마하지 말라고 종용하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탄핵이 되면서 현 정부도 힘을 잃게 됐다. 이 전 회장의 사퇴를 종용해온 문체부 유 장관도 물러날 전망이다. 8년 동안 체육계 텃밭을 관리해온 이 전 회장의 3선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는 이유다.
서울시 체육회장직을 맡고 있는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의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출마 선언 모습. 박종민 기자때문에 이미 '반(反) 이기흥' 전선은 형성이 됐다. 이기흥 3선을 반대하며 체육회 앞에서 단식 투쟁을 펼친 박 전 회장을 강신욱 명예교수를 비롯해 강태선 회장, 유승민 전 회장 등이 격려 방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급변한 정치 상황에 회장 선거 판도도 달라졌다. 때문에 반(反) 이기흥 전선도 바빠질 수밖에 없다. 박 전 회장은 "국민과 체육인 모두가 이기흥 회장을 바꾸라고 요구한다"면서 "만약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아 이기흥 회장이 3연임한다면, 그것은 우리 후보들의 잘못이라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시장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열린 마음으로 이를 주도할 계획"이라면서 "단일화로 하나 된 체육인이 되어 대한체육회 변화를 끌어내고 체육계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대한체육회장 공식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앞서 2번의 선거에서 이 전 회장은 단일화 실패의 덕을 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회장은 2016년 제40대 회장 선거에서 유효 투표수 892표 중 약 33%인 294표를 받아 장호성 당시 단국대 총장(213표),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전병관 당시 경희대 교수(189표), 여자 탁구 '사라예보의 기적'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171표) 등을 제쳤다.
4년 뒤에도 이 회장이 46.4%의 지지율로 25.7%를 기록한 강신욱 교수, 이종걸 후보(21.43%), 유준상 후보(6.53%) 등을 제쳤다. 이번에도 이 회장은 40% 안팎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앞서 2번의 선거에서 보듯 단일화가 쉽지 않다. 저마다 자신이 강한 후보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강태선 회장과 강 교수, 유 전 회장 등도 단일화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본인을 중심으로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7인의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까. 제42대 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