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로 이적하는 김하성. MLB 네트워크 캡처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스몰마켓' 구단인 탬파베이가 과감한 베팅에 시도했다. 김하성(29)을 영입하기 위해 팀 내 연봉 최고액을 투자했다.
ESPN은 30일(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탬파베이가 김하성과 2년 총액 2천900만달러(약 42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계약 첫해인 2025년에는 1천300만달러를 받고, 2026년에는 1천600만달러를 수령하는 조건이다. ESPN에 따르면 김하성은 2025시즌 325타석에 들어가면 200만달러를 추가로 받는 옵션도 포함돼 있다.
김하성이 계약 첫해 받는 연봉 1천300만달러는 팀 내 최고액이다. 또 MLB트레이드루머스에 따르면 김하성의 2년 총액 2천900만달러는 탬파베이 구단 역사상 야수 FA 최고액이다.
MLB에서 손꼽히는 '저비용 고효율' 구단인 탬파베이의 과감한 베팅이다. ESPN에 따르면 탬파베이는 1999년 외야수 그레그 본과 4년 3천400만달러에 계약을 체결한 이후 김하성에게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다.
타격 자세 취하는 김하성. 연합뉴스탬파베이가 김하성을 영입한 이유는 주전 유격수 완데르 프랑코의 부재 탓이다. 프랑코는 미성년자 성적 착취와 인신매매 협의로 MLB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상태다.
2021년 탬파베이에 입단한 프랑코는 데뷔 첫 시즌 70경기에서 80안타 7홈런 타율 0.288 OPS 0.810으로 활약했고, MLB 유망주 랭킹 1위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다. 2022시즌을 앞두고 탬파베이가 11년 1억8200만달러(약 2628억원)의 초대형 장기 계약을 맺을 정도로 공들여 키운 선수다.
하지만 프랑코는 2023시즌을 앞두고 미성년자 성범죄에 연루됐고, 그해 여름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에 탬파베이는 테일러 월스, 호세 카바렐로, 오슬레비스 바사베 등을 대체 선수로 활용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김하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2020시즌을 마치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며 MLB에 입성한 김하성은 4시즌 통산 타율 0.242, 47홈런, 20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06으로 활약했다.
타격 성적은 리그 평균 수준이었으나 유격수와 3루수, 2루수를 오가며 MLB 최정상급 수비 능력을 뽐냈다. 특히 2023년에는 한국인 빅리거 최초로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수상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김하성과의 계약은 탬파베이로선 흥미로운 도박이다. 적당한 가격으로 정말 강력한 선수를 영입했다"면서 "김하성은 2021년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3시즌 동안에는 타격 부문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을 냈다"고 평가했다.
기자회견하는 김하성. 연합뉴스
MLB 최정상급 내야수로 활약한 김하성은 이번 FA 시장에서 총액 1억달러를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막판 주루 도중 오른쪽 어깨를 다쳐 수술대에 올랐고, 올해 5월에야 복귀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김하성에게 장기 계약을 제시하는 팀은 없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단기 계약이더라도 김하성 영입이 절실했다.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가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게 그의 역할이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윌리엄스는 탬파베이의 새로운 유격수로 기대되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그는 빅리그 데뷔 전까지 마이너리그에 더 오래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하성 입장에서도 만족할 만한 계약이다. 이번 계약에 옵트아웃(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아도 FA 자격을 재취득) 조항을 포함한 것은 FA 재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은 2025시즌 종료 후 다시 FA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지난 시즌 막판 어깨 부상 탓에 기대했던 거액의 계약은 놓쳤다. 하지만 복귀 이후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면 시즌 종료 후 다시 FA 시장에서 총액 1억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