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다음 이슈 알아보죠.
◇ 최서윤>
에코 전사의 등장? 캐나다 새 총리 마크 카니.◆ 홍종호> 네 맞습니다. 국제적으로 핫한 이슈가 됐어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캐나다는 '51번째 주다', '관세 매긴다'와 같은 얘기로 속을 긁더니 결국 새로운 총리가 선출됐습니다.
◇ 최서윤> 네. 트뤼도 전 총리한테 '주지사'라고까지 불렀어요.
◆ 홍종호> 있을 수 없는 일이죠.
◇ 최서윤> 네. 일국의 총리에게 말이죠. 결국 트뤼도 총리가 올해 1월 6일 사퇴했습니다. 2015년부터 9년간 총리직을 해왔는데 조금은 초라하게 퇴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트뤼도가 떠나고 온 사람이 바로 마크 카니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4일, 집권당 자유당 대표이자 새 캐나다 총리로 취임했습니다.
◆ 홍종호> 제가 기후 금융 이야기하면서 이 방송에서 한번 언급한 적도 있고, 과거에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같이 토론했던 기억이 있는 인물이라서 상당히 놀랐어요. 한번 쭉 소개 해주세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최서윤> 네. 일단 경제통입니다. 정치보다는 경제 쪽으로 커리어 쌓아 왔고요. 선출직 정치인 경험이 없어요.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으로 학사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 박사 학위 코스를 거쳤습니다. 공직 입문 전에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도 일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캐나다와 영국, 두 나라의 중앙은행 총재직을 했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맡았는데요. 당시 세계 경제 위기의 상황에서 캐나다 금융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호평을 받았고요. 2013년부터 7년간은 영국 영란은행 총재를 맡았습니다.
영란은행 설립 이후 319년 만에 처음으로 비영국인이 수장에 올라 당시 굉장히 주목받았어요. 2016년 브렉시트 때도 안정적인 시장 관리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교수님이 기억하는 마크 카니, 경제학자로서 어떻게 보시나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홍종호> 경제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간 분이죠. 그리고 기후에 진심인 분이에요. 제가 컨퍼런스에서 경제학자이기도 하고 금융통인데 왜 이렇게 기후에 진심이냐고 물었더니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금융기관들이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이윤 창출,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요.
여기서 이윤 창출을 위해서도 기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죠. 결국 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에 있어서 기후를 무시하면 앞으로 투자와 대출 과정에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거죠. 좌초자산에 투자하면 어떻게 되겠냐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거예요.
이번 자유당 선거에서 카니 총리의 득표율이 80%를 넘었더라고요. 미국과의 관세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경제 분야의 통을 총리로 앉히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답을 정치보다는 경제에서 찾자는 것이 저로선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길이 험난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최서윤> 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부터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어요. 그런데 지금 관세 정책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4월 2일 전까지는 협상을 해주겠다고 열어두면서 압력을 주고 있는 거죠. 그래서 여기 대응하는 게 만만치가 않아 보여요. 특히 지금 캐나다 같은 경우에는 지난주 캐나다산 철강 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가 5시간 만에 철회한 일도 있었어요. 이렇게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면서 관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변동성 높은 상황에 총리직을 맡게 된 겁니다.
취임 직후 카니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캐나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절대 미국의 일부가 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의미심장하죠. 또 트럼프 대통령을 존중한다며 양측 모두에게 이로운 상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했어요. 협상을 통해 갈등 해결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거죠.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 총리의 통화나 만남 계획은 없는 걸로 알려졌어요. 밀당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첫 대화를 시작하면 과연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궁금해지는 상황입니다.
◆ 홍종호> 이전에 마크 카니 총리가 브룩필드 자산운용사의 부대표였을 당시 컨퍼런스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상당히 온화한 표정을 가진 사람이더라고요. 그런데 취임사 기자회견에서 굉장히 단호한 표정으로 절대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정치인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느껴졌어요.
과거 트뤼도 전 총리와도 트럼프는 상극이지만 지금 카니도 그런 것 같아요. 캐나다의 주권을 확실히 수호하겠다는 의지가 말이죠. 더더구나 트럼프는 또 '드릴' 아닙니까? 화석연료의 대표 주자인데 이쪽은 기후와 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죠. 브룩필드가 재생에너지 투자에 특화된 자산운용사이기도 해요. 완전히 상극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네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최서윤> 네. 우리 프로그램에서 마크 카니를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2019년 12월 영란은행 총재 사임을 앞두고 카니가 유엔 기후변화 대응 금융 특사로도 임명이 됐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금융업계에 종사한 이래로 기후변화 문제에 민간이 참여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발언을 많이 해왔고 실제로도 참여를 촉구하기 위한 노력도 해왔습니다.
특히 영란은행 총재 시절의 발언이 주목을 받았어요. 소개해 드리면
2015년에 한 연설에서 화석 연료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2008년 금융 붕괴와 같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어요. 기후 분야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를 한 거예요. 당시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지금까지 있는 석유화학 가스 석탄 중에서 3분의 1만 사용해야 지구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발표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렇다면 나머지 3분의 2는 좌초자산이 된다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화석연료 회사들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투자한 것이 손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죠.
카니는 2008년에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택 버블과 같이 '탄소 버블'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탄소 버블이 터질 경우를 대비해 영국 은행에 기후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라고 명령했어요. 우리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유럽 은행들의 지불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스트레스테스트를 만들었죠. 기후 위기로 인해 금융 위기가 올 경우를 대비한 것이 기후스트레스테스트예요. 화석 연료가 좌초자산이 되면 은행은 지불 능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은행이 도산하지는 않을지, 동시에 기업들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를 장려하는 활동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홍종호> 기후스트레스테스트는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도 상당히 관심 있는 주제이고 이에 대한 보고서도 나왔어요. 또 예금보험공사에서도 금융기관에 보험료를 받아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서도 스트레스테스트 얘기를 합니다. 보험료 산정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이런 것들이 한국에서도 논의가 되는 부분이라고 말씀을 덧붙이고 싶어요.
◇ 최서윤> 맞습니다. 마크 카니가 유엔 특사 때도
'넷제로를 향한 변화가 우리 시대에 가장 큰 상업적 기회'라고 얘기를 했어요. 기업들이 화석 연료에 투자를 계속하면 지구 온도는 1.5도가 아니라 4도 가까이 오를 것이라고 얘기했고요. 기후 변화가 보험업계에 나중에는 큰 손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말도 해왔습니다. 그래서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2018년 마크 카니를 '에코 전사'라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홍종호> 그래요. 캐나다가 앞으로 기후 문제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 특히 관세 문제로 미국과의 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기후와 관련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그런데
카니 총리의 첫 조치가 어색하게도 탄소세 폐지였어요. 관련해 설명 좀 해주세요.
◇ 최서윤> 네. 취임 후 첫 내각 회의에서 소비자 탄소세 폐지를 지시했습니다. 탄소세는 전임 트뤼도 정부의 정책이었는데요. 주유소나 도시가스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모은 기금을 가계로 환급해 주는 정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환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일단 지금 내는 요금이 너무 비싸면 소비자들이 화나잖아요. 물가가 오른 걸 체감하게 되고요.
트뤼도 총리가 사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한데 지금 캐나다가 물가 상승이 굉장히 심합니다. 주택 가격 상승도 심하고요. 작년 4분기 말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세계 2위라는 뉴스 보셨을 거예요. 우리나라보다 유일하게 앞에 있는 나라가 바로 캐나다입니다.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00%를 넘었어요.
이 얘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부동산 시장이 굉장히 과열된 것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압력이 큰 상황인 거예요. 물가 상승 압력도 높고요. 여기에 소비자 탄소세까지 있으면 물가가 너무 높으니까 일단 민심을 달래고 민생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탄소세를 폐지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소비자들이 내는 탄소세는 줄여주고 친환경적인 가전제품이나 전기차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거예요.
◆ 홍종호> 채찍이 아니라 당근 쪽으로 가겠다는 말이네요.
◇ 최서윤> 맞습니다. 재정적으로 부담은 될 수 있겠지만 인센티브를 통해 저탄소를 촉진하는 정책이었다고 보면 됩니다. 전체적으로 카니의 기후 비전은 명확해요. 화석 연료 투자에서 벗어나서 글로벌 청정에너지 전환을 하겠다는 거죠. 선거 캠페인 때도 원자력, 수력, 풍력, 수소 배터리 저장, 탄소 포집 분야에서 깨끗한 에너지 강국이 되기 위해 투자하겠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 혁신이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보여요.
연방 허가 개혁안을 제정해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승인을 빠르게 할 거라고 하고요. 온실가스 배출 줄이는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하는 대책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부딪혀야 할 현실이 녹록지 않겠지만 카니가 기후 문제에서만큼은 진지한 것 같다고 느껴져요. 기후 이슈로 민생 정책, 경제 정책을 이끄는 방법도 아는 것처럼 보여서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카니의 행보도 기대가 됩니다.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 홍종호>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탄소세를 즉시 폐지하겠다는 말은 아마 경제학자나 금융인으로 남아있었다면 안 했을 텐데요.
◇ 최서윤> 포퓰리즘인가요?
◆ 홍종호> 꼭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정치인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잖아요. 지금 캐나다 경제, 특히 국민이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을 비추어 봤을 때 이런 정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결국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죠. 어쨌든 마크 카니 총리의 태도는 기후 문제의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이를 계속 봐야 할 것 같아요. 특히 당장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을 어떻게 대응하는지에서 리더십이 나오는 거니까요. 상당히 많이 고민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 같아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