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생각에 잠겨 있다. 윤성호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국회 국정원 국조특위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도 약속한 듯 증인선서를 모두 거부했다.
당초 이들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라는 내용의 선서를 했어야했다.
그러나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물론 국회 사무처에서도 당황할 정도로 증인들이 이런 내용의 선서를 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따라 이들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도 이날 시종일관 많은 ‘증언’을 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든다.
이들이 선서를 거부한 이유는 “증인의 증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면 재판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실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증언감정법)’ 제3조와 ‘형사소송법(형소법)’ 148조 조항은 국회에 출석한 증인이 이유를 소명하는 경우 선서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선서 거부가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고도 증인선서를 거부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한한 일이다.
문제는 TV로 전국에 생중계된 이날 청문회에서 이들이 언급한 많은 발언이 만약 거짓말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선서를 한 후에 위증 사실이 밝혀지면 증언감정법 제14조(위증등의 죄)에 따라 1년이상 10년이하의 징역을 받게 돼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윤성호기자/자료사진
증언감정법은 위증을 상당한 범죄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법은 선서를 한 증인이 위증했을 때의 처벌만 명문화했을 뿐 선서를 하지 않은 증인이 거짓말을 한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