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현진아! 고마워요, 찬호 형!' LA 다저스 류현진(오른쪽)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원조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 등 선배들이 먼저 개척한 메이저리그 적응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자료사진=윤창원, 황진환 기자)
메이저리그 첫 해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괴물' 류현진(26, LA 다저스). 올해 내셔널리그(NL) 다승 5위(12승3패) 평균자책점 8위(2.91) 승률 1위(8할)의 호성적을 내고 있다.
재미교포 잡지 '코리암'(KoreAm, THE KOREA AMERICAN EXPERIENCE)은 8월 커버스토리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성공기를 다뤘다. 시즌 전 체력 문제와 몸값 거품 논란 등을 딛고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우뚝 선 류현진을 집중조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류현진과 원조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은퇴)를 비교한 대목이다. 박찬호는 한양대 재학 중이던 지난 1994년 다저스와 계약, 최초의 코리안 빅리거가 됐다. 이후 17시즌 통산 124승을 거두며 아시아인 메이저리그 최다승 투수로 남았다.
특히 박찬호는 2000년 18승을 거두는 등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평균 13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보냈다. 류현진이 다시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올해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박찬호와 비교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일단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성격 상 두 선수의 스타일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은 항상 웃는 모습"이라면서 "이는 박찬호나 왕첸밍, 마쓰이 히데키 등 내가 경험했던 아시아 선수와는 조금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매팅리 감독은 뉴욕 양키스와 다저스 코치 시절 언급한 아시아 선수들과 지낸 경험이 있다.
통상 경기 내내 진지한 아시아 선수들과 달리 류현진이 낙천적이고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벤치에서 후안 우리베와 야시엘 푸이그 등 동료들과 늘 장난을 하는 류현진이지만 마운드에서는 역투를 펼친다.
오히려 느긋한 성격을 배짱투로 연결시키는 장점으로 만들고 있다. 언어 소통이 다소 불편한 다른 아시아계 선수들과 다른 방법으로 적응하고 있는 셈이다.
▲박찬호 "류현진과 나는 완전히 다르다"박찬호는 자신과 류현진의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찬호는 '코리암'과 인터뷰에서 90년대 자신과 현 류현진에 대해 "모든 것이 다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류현진은 이미 검증된 선수고, 나는 완전히 반대였다"면서 "나는 마이너리그에서 몇 년을 보내야 했고, 류현진은 빅리그에서 강한 인상을 줄 준비가 됐다"고 비교했다.
실제로 박찬호는 1994년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곧바로 강등됐고, 96년 불펜을 거쳐 97년에야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았다. 이에 비해 류현진은 한국에서 7시즌을 보내 입단 당시 프로 경험만 따지만 박찬호보다 앞섰다.
두 선수의 경기 중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최초 한국인 빅리거로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선구자 역할을 했던 박찬호는 모든 것이 낯설었던 만큼 진지하게 경기에 임해야만 했다. 마이너리그 강등 위험도 있었다.
반면 류현진은 박찬호와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등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상대적으로 쉽게 건너온 측면이 있다. 지난해 류현진은 한화에서 박찬호와 함께 뛰며 조언을 듣기도 했다.
덧붙여 '코리암'은 두 선수의 목표 자체가 다르다고 비교했다. 박찬호의 목표가 아마도 메이저리그 지도에 한국을 각인시키는 것이었다면 선배의 활약을 보고 자란 차세대 류현진은 그것을 뛰어넘고 한국 야구 선수들이 충분히 빅리그에서 경쟁력이 있을 만큼 대단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이어 "류현진이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야구를 대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류현진의 멘트도 실었다.
한국에서 미국까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 그 속에 숨겨진 강인한 멘탈로 선배들이 먼저 개척한 메이저리그 무대를 성공적으로 정복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