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사진 왼쪽)이 19일 인천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주 DB전에서 판정 때문에 분노하자 정영삼이 말리고 있다 (사진 제공=KBL)
19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원주 DB의 정규리그 2라운드 맞대결.
전자랜드의 브랜든 브라운은 4쿼터 종료 5분16초를 남기고 골밑슛을 시도해 성공시키지 못했다. 브라운은 이 과정에서 심판이 반칙을 불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수비 코트로 뛰어가면서 심판을 바라보며 항의했다.
이때 심판이 브라운에게 테크니컬 반칙을 선언했다. 심판은 거칠게 항의하는 선수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줄 수 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열받았다. 왜 테크니컬 파울을 주냐고 항의하다가 자신도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유도훈 감독과 전자랜드 벤치는 설명을 원했다. 브라운이 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설명이 없자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때 유도훈 감독에게 첫 번째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한 심판이 아닌 다른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유도훈 감독에게 두 번째 테크니컬 파울이 선언된 것이다.
유도훈 감독은 규정에 따라 퇴장 조치됐다.
당시 스코어는 62-60으로 DB가 근소하게 앞서있었다.
승부의 추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두경민은 테크니컬 파울로 얻은 자유투 3개 중 2개를 넣었다. 계속된 DB의 공격에서 두경민의 득점과 김주성의 3점슛이 이어졌다. 사령탑을 잃은 전자랜드를 상대로 DB가 연속 7점을 몰아넣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DB는 전자랜드를 74-71로 눌렀다. 디온테 버튼은 18점 12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해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두경민은 13점을 올렸고 김태홍은 11점 5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전자랜드에서는 18점 12리바운드를 올린 브라운과 17점을 보탠 차바위의 활약이 돋보였다.
하지만 팬들의 뇌리 속에서는 유도훈 감독의 퇴장과 심판과의 불통 장면만이 남을만한 경기였다. 운영의 묘가 아쉬웠다.
화가 난 감독에게 선수가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이유를 설명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팀의 주장만이 심판에게 공식 항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서는 심판도 현장을 배려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심판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할 수 있었다면 벤치 테크니컬 파울은 1개로 그칠 수도 있었다. 설명을 듣고난 뒤에도 화를 참지 못했다면 그때는 퇴장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KBL은 며칠 안에 유도훈 감독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내용의 벌금 징계 보도자료를 낼 것이다. 징계를 준 이유와 재정위원회 심의 결과만 담겨있을뿐 그가 왜 분노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을 것이다. KBL은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며 당당하게 자료를 배포할 것이다. 물론, 팬 앞에서 언성을 높인 유도훈 감독도 잘한 건 아니다.
KBL이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하면 이같은 장면은 반복될 것이다. 근본 원인은 올시즌 들어 판정의 질이 더 낮아졌다고 보고 있는 현장의 불신 그리고 이를 해소하지 못하는 심판부의 불통 때문이다.
심판은 코트에서는 당당하나 뒤에서는 그렇지 않다. 경기가 끝난 뒤 판정에 대해 질의하는 구단 관계자들의 질문에 KBL은 올시즌에만 수차례나 죄송하다는 답변을 해왔다. 이같은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보도자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