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팀 쿡 CEO
"슈퍼마이크로가 공급한 데이터 센터 시스템이 중국 정부의 감시하에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 서버 제조 업체 슈퍼마이크로(Supermicro)가 애플과 아마존에 납품한 데이터 센터 서버 장비에 '스파이 칩'을 심었다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보도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애플은 5일(현지시간) "우리 서버에서 그러한 악의적인 칩이나 보안 문제를 발견한 적이 없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지만 블룸버그 뉴스위크는 정부 고위 관료와 애플 내부 관계자, 업계 관계자 등으로부터 다수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이같은 스파이 칩이 삽입된 서버를 납품받은 업체가 30여 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슈퍼마이크로는 1993년 찰스 J 리앙 등 대만계 인사들이 세운 서버 시스템 및 마더보드 제조 회사로 서버용 하드웨어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다. 보도 이후 슈퍼마이크로의 주가는 40% 이상 폭락해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 FBI, CIA, NSA를 대표하는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매체에 따르면 2015년 아마존은 자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초대용량 비디오 압축 포맷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인 엘레멘털(Elemental)의 인수를 검토했다. 엘레멘털은 이 기술로 올림픽 게임 중계 영상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거나 위성을 통해 무인항공기(UAV)가 촬영한 영상을 CIA에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등 핵심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에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인수를 결심하고 캐나다 보안기술 회사를 통해 엘레멘털의 보안수준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슈퍼마이크로가 납품한 데이터 서버에서 쌀알보다 작은 신호조정 커플러처럼 위장한 스파이 칩을 발견했다. 아마존은 즉시 이를 당국에 신고했고, 수사결과 이 스파이 칩이 모든 네트워크에 해커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백도어를 만들고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체는 이에 대해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빌어 서버를 제조하는 중국 하청 업체에서 스파이 칩이 삽입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또다른 정부 관리 2명이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공작원들이 스파이 칩을 삽입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슈퍼마이크로가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서버 조작과 스파이 칩 판문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은 거부했지만 별도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공급망 안전 문제는 공통적인 관심사이자 중국 역시 희생자"라며 "중국은 사이버 안전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슈퍼마이크로 갈무리
매체는 또 애플 내부 고위 인사 3명의 증언이라며 슈퍼마이크로의 최대 고객인 애플이 2015년 여름 이 회사가 납품한 마더 보드에서 스파이 칩을 발견했지만 이듬해 이 문제와 상관없는 이유로 갑자기 슈퍼마이크로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애플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블룸버그 기자가 내용의 출처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밝히지 않은데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한다"며 "당시 슈퍼마이크로가 납품한 단일 서버에서 감염된 드라이버를 발견했지만 특정 공격이 우려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스파이 칩을 발견한 사실도 없으며 블룸버그의 보도는 악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아마존도 CNBC와 CNN과의 인터뷰에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수 차례 이 문제에 대해 전달했듯이 엘레멘털과 아마존 시스템에서 과거에도 현재에도 조작된 하드웨어나 악의적인 스파이 칩과 관련된 문제를 발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에도 불똥이 튀었다. 스파이 칩 보도가 터지자 레노버의 주가는 5일 20% 이상 곤두박질 쳤다.
레노버 측은 "슈퍼마이크로는 레노버에 어떤 부품도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우리는 공급망의 지속적인 무결성을 보호하기 위해 광범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는 성명을 다급히 내놨다.
한편 미국은 중국이 무단으로 미국 기업들의 지적재산을 강탈하고 국가 안보에도 중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화웨이와 ZTE, 웹캠 제조사 히크비전(Hikvision) 등에 대해 1년 넘게 제재를 가하는 등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대중국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어 이번 사태가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