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러시아의 일부 병력 철수로 고비를 넘기는 듯 싶었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다시 제기했다.
유엔(UN)을 무대로 삼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유엔 안보리에 급히 참석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2월 의장국인 러시아에 의해 소집된 것이었다.
전날 발생한 우크라이나 군과 동부 돈바스 자치구의 친러민병대의 교전 등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전쟁범죄를 부각할 참이었다.
그러나 예정에 없이 참석한 블링컨 장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말았다.
블링컨 장관은 지구촌의 관심이 집중된 이날 안보리 연설에서 수일 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러시아가 계획을 바꿨고 우리의 예상이 틀렸다는 것에 안도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의 침공 예상 시나리오까지 공개했다.
러시아가 현재 15만명 이상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인근에 집결시켰으며, 앞으로 수도 키예프를 목표로 한 지상군, 항공기, 함정을 포함한 전면적인 침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정보당국이 러시아가 조작된(manufactured) 구실을 시작으로 동시 다발로 전쟁을 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의 '침공 구실'로는 러시아 자신이 촉발한 폭력사태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터무니없는 비난 등을 열거했다.
연합뉴스구체적으로는 러시아내 폭탄 테러 조작, 집단 학살 무덤 발견, 드론을 활용한 셋업 공격, 또는 화학무기를 이용한 실제 공격 등을 거론했다.
인종청소나 대량학살 등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 정부가 이후 비상대책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도 연출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2008년 그루지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러시아 시민이나 러시아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해야 한다는 성명도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러시아 언론 활동도 예시했다.
러시아 언론이 (침공 구실에 사용될) 폭력사태를 부채질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것이다.
침공의 시작은 미사일과 폭탄, 통신장애, 사이버 공격 등 우크라이나 주요 기관들을 파괴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수도 키예프를 포함해 사전에 계획된 목표물들을 향해 진격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측은 블링컨 장관의 이런 주장을 반박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조작할 수 있다는 블링컨 장관의 언급에 대해 "근거없는 의혹 제기"라면서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베르쉬닌 차관은 블링컨 장관의 침공 시나리오를 가리켜 "위험한 주장"이라고 비판하면서 러시아군은 훈련을 마친 뒤 국경에서 철수 중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우리는 위협이 아니라 매우 진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8일 러시아 의회 연설에서도 이에 대한 반격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