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성남시장(現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창원 기자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팀이 이재명 전 성남시장(現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피의자'로 특정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입증과 관련된 수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장동 수사팀, 이재명 배임 혐의 입증 수사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팀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관계자들을 다수 소환해 이 전 시장의 배임 혐의 입증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도공 대장동 담당자부터 처장, 본부장 등이 차례대로 소환됐고, 성남시 대장동 담당 주무관부터 팀장, 과장, 단장까지 부시장과 시장을 뺀 결재 라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전 시장이 최종 결재권자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 개발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게 특혜를 준 정황을 인지하고 관여했는지 등을 계속해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의 조서를 작성하면서 이 전 지사를 '피의자'로 특정했다고 한다. 대장동 수사팀이 이 전 시장도 배임 혐의로 수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의 초점은 2016년 2월 개발 계획 변경 과정에 맞춰졌다. 개발 계획은 △제1공단이 제척되고 △용적률이 상향되는 쪽으로 바뀌었다. 수사팀은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제1공단을 제외하고 용적률을 높여 화천대유의 이익을 부풀려준 반면 성남시의 이익 증대는 고려치 않아 결과적으로 민간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도록 한 것인지 여부를 집중 확인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해 11월 초 대장동 5인방(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정민용)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대장동 사업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데 관여했다며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대장동 사업의 최종 인허가 및 결정권자인 이 전 시장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성남시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 포기로 화천대유 금융 비용 아껴
'대장동과 제1공단의 결합 개발'은 이재명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초기부터 완고하게 고수해 온 개발 원칙이었다. 그러나 2015년 8월 성남의뜰이 사업시행자로 선정되고 이듬해 2월 갑자기 개발 계획이 변경됐다. 성남시는 같은 해 11월 '변경 고시'를 통해 제1공단을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제외했다.
성남시의 개발 원칙 변경은 곧바로 화천대유의 이익으로 직결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성남의뜰이 2015년 수립한 자금 조달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성남의뜰이 수용보상금 지급 사업비로 책정한 9천억원 가운데 제1공단 보상비가 2490억원에 달했다. 검찰은 제1공단이 제외되면서 자금 조달을 책임진 화천대유가 보상비에 동원되는 이자 부담을 아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결합 개발 원칙이 바뀌면서 제1공단 공원 조성은 시기가 매우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는데, 이는 성남시와 성남도공이 입게 된 '손해'라는 것이 검찰 측의 논리다.
임대주택↓ 용적률↑…업자들 이익만 커지고 성남시는 소외
화천대유가 2016년 11월 변경 고시로 보게 된 이익은 비단 제1공단 제외 뿐만이 아니었다. 성남시가 대장동 부지의 용적률도 상향시키면서 화천대유를 포함한 민간사업자들의 이익은 크게 늘었다. 공공 임대주택 세대 수는 줄이고, 수익성이 높고 블록 수가 많은 공동주택(아파트) 부지 용적률은 기존 180%에서 190~195%로 높였다. 수사팀은 성남시·이 전 시장이 용적률 상향으로 생기는 추가 이익이 성남시에 돌아오도록 지시했는지 여부를 성남시와 성남도공 관계자들을 소환해 물었다. 관계자들은 성남시 이익 보전을 위한 시장 지시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수사팀은 개발 계획 변경 한 달 전 당시 성남도공의 투자사업파트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가 이 전 시장을 직접 만나 제1공단 제척 필요성을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전 시장이 민간사업자의 특혜를 인지했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모았다. 이 보고서는 이 전 시장이 직접 결재했는데 통상적인 성남시 결재 라인과는 달랐다. 성남시 대장동 담당자부터 결재 라인을 통해 시장까지 가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인데 반해 이때 만큼은 정민용 변호사가 성남시장의 결재를 받아와 성남시에 공문을 주는 이례적인 방식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수사는 상당 부분 진척됐지만 이 전 시장 본인의 소환이나 서면 조사는 6개월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이 전 시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나 다른 결론이 내려진 것도 아니어서 수사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보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을 우려한 검찰이 수사 중단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