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3일 전남 목포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대화 중인 윤석열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체육 대통령'의 (국민) 지지율은?
세간에서 '체육 대통령'이라 불리는 이가 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다. 자칭타칭 한 분야의 대통령이라 하니, 직함에 (요즘) 가장 핫한 '지지율'을 덧대도 이상하지 않다. '체육 대통령' 이 회장의 지지율은 서베이(survey·여론 조사) 없이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의 행보와 둘러싼 환경이 역대 최저인 10%대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닮아 있는 까닭이다.
국민적 공분에 직면, '사면초가'에 몰린 점에서 둘은 닮아 있다. 공분에 맞닥뜨리자 국회를 회피하는 행보도 닮은 꼴이다. 한 사람(대통령)은 시정 연설 불참, 또 한 사람(체육회장)은 국정 감사 출석을 피했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상대를 대하는 행태도 다르지 않다. 야당과 협치 아닌 대치로 일관하는 윤 대통령,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 아닌 대립을 이어가는 이 회장의 일관된 자세가 닮아 있다.
한 지붕 식구들조차 지탄(指彈)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에서도 공통 분모가 있다. 한 사람은 소속 당(국민의 힘)으로부터, 또 한 사람은 소속 단체(체육회)의 노조로부터 사과 요구 등 연일 경고성 메시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비선 세력 논란과 측근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진 점 등도 두 수장(首長)의 닮은 꼴이다. 가장 닮아 있는 모습은 불거진 문제들을 무시하고 '마이 웨이' 노선을 간다는 점이다. 닮은 꼴인 독선과 독단은 국민적 저항의 가장 큰 사유가 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7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사진 왼쪽)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반면 둘 사이에 다른 결도 있다. 이 회장의 '마이 웨이'는 국민적 비판에도 자신이 넘친다. 체육회장 선거는 대통령과 달리 국민 지지율이 낮아도, 국민 저항에 부딪혀도 당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 18일 열리는 대한민국의 '체육 대통령', 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 총 선거인은 2180명이다. 이들은 체육회 대의원, 회원 종목 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 선거인 후보자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식구들이 표를 행사하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인 셈이다.
이 같은 선거 시스템은 거센 국민적 공분에 직면한 이 회장의 '마이 웨이'를 가능하게 한다. 진행 중인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로부터 '3선 연임 가능' 확답만 받는다면, 현직인 이 회장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 회장의 미래는 장밋빛일까. 당선만이 능사일까. 불거진 의혹들의 해소 없이 출마를 강행 한다면, 반작용의 후폭풍은 거셀 것이 자명하다. 국회가, 문체부가, 언론이 (출마와 당선을) 문제삼을 것이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닮은 꼴인 그(대통령)에게 손을 내밀 것인가. (자신의) 지지율 회복도 버거운 그가 손을 잡아줄 리 만무하다. 국민적 소통과 '마이 웨이' 중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선택은 당사자의 몫이다.
부패 의혹 없는 '체육 대통령', 당연한 국민적 기대치다. 부패 의혹을 산 대통령도 탄핵한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그들이 '체육 대통령' 선거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