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4일 새벽 대국민 개전 연설에서 이번 군사작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무력화하고 나치주의자들을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런 목표를 달성해야 전쟁을 종료할 수 있다.
군사목표 중에서도 핵심은 '탈나치화'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부역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나치주의자로 부르기 시작해, 지금도 서방에 우호적인 사람들을 나치주의자라고 비판한다.
따라서 푸틴이 언급한 나치주의자들은 러시아보다 서방과 더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나토 가입 등을 추진한 젤렌스키 현 정권과 그 지지 세력을 말한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젤렌스키 정권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신나치주의자들의 정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결국 탈나치화 목표는 젤렌스키 정권을 전복시키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괴뢰 정권을 세우는 것이 된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저지 등 탈군사화는 탈나치화의 결과로 이룰 수 있는 목표인 셈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군사작전 종료시점과 관련해 "작전은 자체 목표가 있고 그것은 달성돼야만 한다"고 밝혀,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 목표가 달성돼야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임을 시사했다.
러시아 군이 조만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함락하면 현 정권을 몰아내고 친러 정권을 세우는 탈나치화 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군의 신속한 우크라이나 점령은 침공에서 합병까지 21일 만에 일을 끝낸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연상시킨다. 우크라이나 체제를 전복시키는 러시아의 치밀한 계획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크림반도 합병처럼 전쟁은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때와는 다른 변수가 있다. 바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반러 성향이다. 크림반도 합병 당시에는 크림공화국 주민 10명 중 6명이 친러 성향이었다. 러시아와 크림 공화국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96.6%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기도 했다.
반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저항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뒤 인력과 물자의 국가총동원령을 발령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25일 오전 11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며, 거의 모든 방향에서 러시아 병력은 진격을 저지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이 참전하지 않는 한 세계 군사력 22위인 우크라이나가 군사력 2위인 초강대국 러시아를 이기기는 어렵다. 결국 수도 키예프 함락 뒤 체제 전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과연 이 체제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장기적인 저항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러시아에 대해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미 의원들과 가진 전화회의에서 "이 문제는 해결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피비린내 나는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러시아에 경고를 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블링컨 장관은 특히 이번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달려 있다며 그들이 괴뢰 정부의 지배를 받을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강대국 지위 회복과 탈소비에트 국가의 새로운 통합을 역사적 사명으로 생각하는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소비에트 연합으로 포함시킬 길을 영원히 잃게 되는 만큼 전격적인 침공에 나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참전으로까지 확전될 가능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군사작전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