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KB스타즈. WKBL정규리그 1위와 4위가 맞붙는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는 2-3위 팀들의 대진보다는 다소 싱겁기 마련이다. 올해는 다르다. 원정에서 1차전을 내준 4위 청주 KB스타즈가 2차전에서 나가타 모에의 극적인 버저비터로 반격하면서 정규리그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에 일격을 가하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3차전과 4차전은 KB스타즈의 안방 청주에서 개최된다. 남은 3경기에서 먼저 2승을 하는 팀이 챔피언결정전으로 간다. 3경기 중 2경기가 4위 팀의 홈 경기로 치러지기 때문에 이를 두고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가져왔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홈 코트만 잘 방어하면 KB스타즈에게도 기회가 생긴다.
3차전은 6일 오후 7시 청주체육관에서 개최된다. KB스타즈의 간판 포인트가드 허예은은 "아무래도 홈 경기가 편하다. 팬들께서 항상 체육관을 가득 채워주신다. 뛰다가 힘들 때 위를 쳐다보면 팬들이 계시고, 그럼 더 뛰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청주가 우리 홈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2차전의 영웅은 나가타 모에였다. 우리은행의 간판 김단비는 고개를 숙였다. 김단비는 팀이 1점 차로 앞선 종료 3.2초 전 반칙 작전을 하려는 상대 선수들을 피해다니는 과정에서 패스 미스를 범했다. 마지막 기회가 생긴 KB스타즈는 나가타 모에의 극장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김단비가 실책을 해서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에이스의 숙명. 빨리 잊어야 한다"며 아쉬워 했다.
김완수 KB스타즈 감독은 "2차전 승리로 선수들이 많은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3차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KB스타즈가 올 시즌 아산 원정에서 승리를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예은, 나가타 모에, 강이슬이 지난 2차전에서 나란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강이슬은 전반까지 야투를 단 1개도 넣지 못했지만 최종 10득점을 보탰고 리바운드를 13개나 잡아내며 승리에 기여했다.
KB스타즈에서는 강이슬이 살아나야 한다. 강이슬은 2경기 평균 9.0득점, 야투율 14.3%에 머물렀다. 3점슛 성공률(23.1%)보다 오히려 2점슛 성공률(6.7%)이 안 좋았다. 그래도 경기당 13.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팀을 도왔다.
2대2 공격에 능한 허예은의 '포켓' 패스는 KB스타즈의 주무기 중 하나다. 나가타 모에와 송윤하에게 찔러주는 날카로운 2대2 패스는 슈팅 기회를 보장한다. 여기에 시너지를 더하기 위해서는 강이슬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규리그 MVP 김단비는 이번 시리즈 최고의 선수다. 2경기 평균 19.0점, 10.0리바운드, 5.5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야투 성공률도 42.4%로 상대의 집중 수비를 감안하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은행 김단비. WKBL특히 탑 지역에서 밀고 들어가는 김단비의 돌파에 KB스타즈는 내내 속수무책이었다. 여기에 KB스타즈의 고민 지점이 있다. 베이스라인에 있는 수비수가 도움 수비를 오기 위해 간격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느 타이밍에 골밑으로 올라와야 하는지가 고민이다. 김단비는 밖으로 빼주는 패스도 잘한다.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면 바로 외곽 오픈 기회를 내준다.
우리은행의 최대 고민은 4쿼터 경기력이다. 박지현이 외국 무대로 떠나고 박혜진, 최이샘 등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잃은 우리은행에는 현재 젊은 선수들이 많다. 위성우 감독은 "생각보다 얼지 않더라"며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지만 4쿼터는 다르다.
우리은행은 지난 2경기 4쿼터 평균 11.5득점에 그쳤고 야투 성공률은 25.9%로 좋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3점슛인데 4쿼터 적중률이 시리즈 평균 6.3%에 불과했다. 1차전에서는 승리했지만 막판 상대의 거센 추격전에 시달렸고 2차전에서는 역전패를 당했다.
누군가 김단비를 도와야 한다. 이민지가 희망이다. 2006년생 신인 이민지는 스스로 슈팅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선수다. 지난 2차전에서도 우리은행의 공격이 답답했던 4쿼터 막판 연속 5득점을 몰아치며 영웅이 될 뻔 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나가타 모에와 KB스타즈의 몫이었다.
정규리그 12승 중 8경기를 안방에서 잡아낸 KB스타즈는 작년 11월 청주에서 우리은행을 꺾은 기억이 있다. 홈 맞대결 전적은 1승 2패지만 패배한 2경기의 평균 점수차는 4.0점, 모두 박빙의 승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