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현역 선수로 마지막 출전한 K리그 올스타전에서 골 맛을 보며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박종민기자
5만113명과 1만1148명.
2014년 K리그 올스타전을 찾은 축구팬과 2013년 K리그 올스타전을 찾은 축구팬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한국 축구가 처한 비슷한 상황에서 치러진 두 대회의 분명했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시즌 K리그 올스타전은 출범 30주년과 사상 첫 승강제 도입을 기념해 1부리그 K리그 클래식과 2부리그 K리그 챌린지의 맞대결로 치러졌다.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스완지 시티), 구자철(마인츠), 윤석영(QPR) 등 해외파도 특별 초청돼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6만6000석이 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휑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다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은 무려 5배에 가까운 약 5만명의 엄청난 관중을 불러모았다. 올스타전 평균 관중이 3만 5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엄청난 관중이 K리그 올스타전을 찾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5만113명은 역대 올스타전 사상 5번째로 많은 관중이다.
지난해 K리그 올스타전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열렸다. 이는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홍명보 전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은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조별리그 무승의 부진한 성적으로 귀국했다. 대표팀에 대한 축구팬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한국 축구가 처한 상황은 비슷했지만 K리그 올스타전을 향한 관심은 완전히 상반됐다. 과연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영원한 캡틴' 박지성을 보기 위해 많은 축구팬이 평일임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이 경기가 박지성이 경기하는 마지막 공식 경기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축구장에서 '불금'을 즐겼다.
2011년 대표팀 은퇴 후 국내에서 경기하는 이영표,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서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감독도 오랜만에 만날 기회라는 점에서 축구팬의 관심을 더욱 불러모았다. 다수의 축구팬들이 브라질월드컵의 부진으로 12년 전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이들의 등장에는 엄청난 환호가 뒤따랐다.
박지성의 마지막 경기 모습을 보려는 이들은 굵은 장맛비도 막지 못했다. 일부 팬들은 경기 초반부터 쏟아진 장대비에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미리 챙겨온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박지성은 전반 30분을 소화한 뒤 백지훈(울산)과 교체돼 아쉬움을 남겼지만 후반 8분에 다시 교체 투입돼 큰 호응을 이끌었다. 후반 18분에는 골 맛까지 보며 히딩크 감독에 달려가 안기는 세리머니를 재연해 5만 관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