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왜 이렇게 안 될까요?' 올 시즌 타자들은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으로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동반 침체에 빠졌던 삼성 이승엽(왼쪽)과 구자욱의 모습.(자료사진=삼성)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스트라이크존 확대다. 일각에서는 '스트라이크존 정상화'라는 의견도 많지만 어쨌든 예년보다 존이 넓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에 따른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존이 확대된 만큼 투수들이 유리하고 타자들이 불리해진 것은 자명하다.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ERA)과 타율도 낮아졌다. 개막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전체 타율은 2할7푼, ERA는 4.38로 지난해 2할9푼, 5.17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경기 시간 단축도 존 확대의 결과다. 올해 평균 경기 시간은 9이닝 기준으로 3시간 12분,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시간 23분보다 11분이 줄었다. 최근 5년 동안으로도 최단 시간이다. 볼넷이 줄면서 경기 소요 시간도 줄었다. 올해 785볼넷은 시즌 전체로 환산하면 4348개로 지난해 5373개보다 1000개 가까이 적다.
또 다른 유의미한 수치도 있다. 바로 '루킹 삼진'의 증가다. 타자들이 눈 뜨고 삼진을 당하는 횟수가 늘었다.
물론 타자의 의표를 찌르는 볼 배합도 있지만 볼로 판단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경우가 올해는 더 많이 보인다. 올 시즌 삼진 판정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선수들이 적잖다.
▲루킹 삼진, 최근 4년 동안 최고치
현재 130경기를 치른 가운데 리그 전체 삼진은 1874개다. 720경기로 환산하면 1만379개로 지난해 9743개보다 600개 이상 많아진다.
무엇보다 루킹 삼진 비율이 늘었다. 올해 1874삼진 중 루킹 삼진은 539개다. 전체 삼진의 28.8%에 이른다. 나머지는 헛스윙 삼진(1334개)과 번트 파울 삼진(1개)이다.
이는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최고 수치다. 2014년 루킹 삼진 비율은 24.1%(7657개 중 1845개)였고, 2015년에는 24.6%(1만553개 중 2600개), 지난해는 23.8%(9743개 중 2318개)에 불과했다. 올해 720경기로 환산하면 루킹 삼진은 2985개로 역시 최근 4년 동안 가장 많아진다.
물론 루킹 삼진 숫자는 줄어들 수 있다. 타자들이 존에 적응하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어쨌든 타자들이 존에 고전하고 있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구자욱(삼성), 정의윤(SK) 등 지난해까지 맹활약한 선수들이 올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다.
올 시즌 달라진 존은 심판과 선수들 사이에 갈등 요소로도 작용한다. 이대호(롯데)가 지난달 30일 두산과 경기에서 항의하다 퇴장 당한 것도 물론 존 판정은 아니었으나 이에 대한 어필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심판이든, 선수든 변화에 적응할 시간은 필요한 상황이다.